공전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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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logy

빛돌

대지 1+빛돌.jpg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w.빛돌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렇게 지구의 시간은 우주에 의해 변해간다.

 

우주의 섭리에 의해 생명이 태어나며

 

우주의 시간에 따라 세상은 진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은

 

우연은

 

사랑은

 

섭리도 시간도 관여하지 않은 채로 찾아온다.

 

초신성이 탄생하는 순간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에

 

고요한 수면위로 파동을 자처한다.

 

달은 지구를 만날 수 없고

 

지구는 태양을 만날 수 없으며

 

서로는 그림자에 가려 빛을 잃기도 어둠에 잠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에 의해 움직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의 사이란

 

우리의 궤도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끊임없이

 

 

푸른 밤하늘을 맴돌기만 하는

 

 

공전궤도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어 모의고사에 즐비한 수많은 지문들 중 하나가 마음을 파고들어 쉴 새 없이 떠올리고 문지르고 잔뜩 구겼다가도 가슴에 품을 수밖에 없는 아이는 자연스레 문과가 된다. 수학 모의고사에 빽빽이 채워진 수많은 수식들이 자신의 뇌리에 박혀 풀고 풀고 또 풀어내도 더 풀고 싶은 수식을 간직하게 된 아이는 자연스레 이과가 된다.

 

 

이렇게 보면 K-입시도 꽤나 이상적이지 않은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한기가 잔뜩 서린 대리석 바닥에 계란 한판을 들이붓는 것 보다 멍청하기에 우매한 인간들은 언제나 똑똑히 살아갈 방법을 좀 더 쉬운 지름길을 택한다.

 

 

정한은 재수였다. 수능을 두 번 쳤다는 건 아니고 걍 재수 없는 수재뭐 이런 거 줄임말의 당사자였다. 공부도 딱히 열심히 하지 않는 놈인 것 같은데 이게 대가리가 원래 좋은 건지 숨어서 공부를 하는 건지 아님 진짜로 운빨인건지 운 좋으면 1등 삐끗하면 2등 시험 중에 졸면 3등을 하는 게 일상인 새끼였다. 한마디로 재수 없는 새끼의 끝판왕 요즘 애들은 이런 말 안 쓰나-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대가리 좋은 새끼는 수식에 영감을 받아서 어찌저찌 눈물을 흘리며는 개뿔이고 걍 취업난이 좀비난보다 심각하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럭저럭 먹고살 구멍은 찾기 위해 이과를 갔다. 가슴에 와 닿는 지문이고 수식이고는 아직 신데렐라의 꿈을 버리지 못한 잼민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 급식이의 가오이자 현실직시 였다.

 

 

 

반면 지수는 노력파였다. 생글생글 웃는 반장, 캘리포니아 선샤인, 공부 잘하는데 성격도 좋은 아기 밤비 등등 이쁘고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좋은 수식어들은 죄다 가져간 인싸 중 인싸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누구보다 성실하며 친구들 돕기도 일등 흔히 같은 반 남자애들이 끼고 산다는 정한이와 지수는 남고이다- 모든 아이들의 우쭈쭈와 신뢰 동경 그리고 사랑을 받는 아이였다. 그리고 그런 지수는 고1 3월 모고에서 마주한 나희덕 시인의 푸른 밤을 계기로 문과에 말뚝을 박았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아이가 고1에 한국 고등학교로 진학에 가슴에 품은 글이 톨스토이의 시도 파울로 코엘로의 소설도 아닌 나희덕 시인의 푸른밤이라는게 아이러니 할지는 몰라도 지수는 그 시를 매일 외우며 울고 울며 외우고 만지고 맡으며 가슴속 깊이 더 깊이 넣었다. 원채 심정이 바르고 고와 시기 질투 따위는 모르고 자란 도련님이 하물며 그런 시를 가슴에 품고 있는 도련님이 사랑 받는 건 그리고 사랑을 주기에 익숙한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모두에게 사랑을 주진 않았다.

 

 

유독 그 도련님은 동태눈깔로 ㅈ같은 세상 염세주의를 외치고 다니는 방랑자를 시기했다.

 

 

사실 시기 라기 보단 질투.. 질투라기 보단 혐오.. 혐오이기엔 또 동경.. 둘의 관계를 필자가 쉬이 결론 내릴 순 없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학우의 관계라기엔 묘한 게 있음은 분명했다. 노력파 지수가 한량 주제에 1등을 곧 잘 거머쥐는 정한이 눈엣가시인건 그럴 수 있는 일이었고 자신을 향한 노골적 적대에 정한이 불편해 하는 것 또한 어쩌면 순리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둘은 자신의 그림자로 서로를 가렸고 일정한 거리를 맴돌며 이상한 우연의 궤도를 공전했다.

 

 

그렇게 뭔지 모를 적대와 시기로 가득했던 두 사람은 뭐 당연하게도 같은 대학을 갔다. 이 개거지 같은 관계를 이어 가보겠다는 건지 아니면 발전이라도 시키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대학을 갔다. 같은 대학까지였으면 다행이지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나란히 취직까지 하셨다. 그렇게 바뀐 거라곤 교복에서 정장으로 펜에서 컴퓨터로 정도인 애샛기들이 장장 13년째 붙어 다니며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나름 바뀐 것 같긴 하다.

3을 기점으로 미묘한 변화가 찾아온 둘은 애칭도 생기고 지수는 극혐한다-

 

 

조슈지이~ 어디가아~”

 

 

살갑게 얼굴 붙이고 밥도 먹고

 

 

조슈지 오늘도 아귀찜 먹을까?”

 

 

그러던지 근데 저번에 갔던 사거리집 말고 파란간판집 가자 거기 별로임

 

 

술도 까고

 

 

야 넌.. 소주에 지금 뭘 타먹는거냐

 

 

“Grand Wedding Tea 향 좋아 너도 줄까?”

 

 

아니 시발 소주에 홍차를 왜 타먹어 밀크티냐

 

 

알바야? 내가 니꺼에 탔니? 내꺼에 탔지?”

 

 

 

콘돔 껍질도 깐다

 

아 지수야 콘돔 안챙겨왔다

 

 

으읏, .. 무드 없는 새끼 서랍 두 번째 칸에 있다고 흐응!”

 

 

까먹었네 근데 지수야 손가락만 물고 있어도 좋아?”

 

 

흐읏, , 닥치고 박아 임마 흐응! 제발

 

눈 마주칠 때마다 서로 그르렁 거리던 두 인간이 이젠 배도 맞춘다. 그것도 존나게 잘

 

저 둘은 사랑도 끊이지 않고 했다. 쉴 새 없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았으며 사랑을 내뱉었다. 같이 밥을 먹고 카페를 갔으며 뮤지컬을 보고 유행이라는 인생네컷도 수십 장은 찍었다. 가로수길을 걷고 밤공원을 산책하고 어느 날은 바다에 어느 날은 숲을 찾았다.

 

 

아 물론 둘이 사랑을 한다는 건 아니고 둘 다 서로의 애인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서로의 애인과 눈을 맞추고 손을 맞대고 입을 맞추지만 정작 배는 그둘이 맞췄다. 장장 10년째 섹파를 이어오고 있는 중이란 뜻이다. 그것두 서로만 보면 아직도 그르렁 거리는 미친놈들끼리

 

..... 깡소주 한 병부터 비우고 시작하겠다.

 

그니까 씨발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13년을 거슬러 올라가 첫 시발점을 찾아보자면 아마 동아리였을 것이다. 빌어먹을 K-입시에서 동아리는 꽤나 중요했는데 적당히 생기부에 쓸 것도 많지만 적당히 튀고 그렇지만 공부시간을 잡아먹지 않을만한 동아리를 찾는 건 그리고 그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소수의 확률에 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게 열정 만땅인 고1들 사이에서 보통 이시기엔 자기가 서울대 갈줄안다- 천문학 동아리는 인기가 있...겠냐 남고다 남고 공부를 챙긴다 어찐다 일장연설을 해대지만 사실은 축구가 최고고 농구가 최고며 하다못해 군대를 대비한다는 개소리로 치장하는 족구부가 상위권이다. 여러 구기 종목들을 제치고 나면 이제 정말 생기부를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학생회, 도서부, 방송부가 남는다. 그것들도 제치면 각 과목에 관련된 화학실험부, 수리연구부 등등 국어부터 음악까지가 남는다. 하지만 정한과 지수의 동아리는 비주류에도 속하지 못한 동아리다. 도대체 어떻게 유지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담당선생이 별에 미친 오타쿠인데 이사장 아들이라 막대한 예산을 가지고 동아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루머가 판을 치는 천문학부가 바로 이 둘의 동아리란 소리다.

 

어떻게 이 동아리를 택했는지는 성격을 보면 딱 티나지 않는가. 체육을 즐기고 잘하지만 군기하난 오지게 쎈 동아리들에서 고개 숙일 성격은 아닌 윤정한과 푸른 밤에 빠진 정시파 홍지수가 천문학부인건 아마 우주의 섭리라 해도 믿을 만 할 것이다.

 

둘은 첫 동아리 시간부터 삐거덕 댔는데 13년째 여태껏 그 문제로 싸우는 중이다. 이 길고 질긴 싸움의 씨발점은-발음이 세보인 다면 착각일지도- 천문학 동아리 담당 선생이던 지구과학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니까 너가 정한이고 너가 지수라고? 너네 쌍둥이더냐?”

 

 

지구과학이 정확히 지수를 가리키며 정한이냐 물었고 정한이를 가리키며 지수냐 물었다. 그러곤 쌍둥이냐? 라고 묻는 지랄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자신의 얼굴하나에는 오지게 프라이드가 있는 둘이 똥씹은 얼굴로 서로를 쥐어뜯을 듯이 싸우게 된 것이다. 사실 서로가 닮았다 했을 때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둘 다 하굣길에 소속사 명함을 3개씩은 기본으로 받는 보장된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근데 이게 또 급식이들의 가오가 있지 마냥 만족스러워하기엔 자존심 상하기에 잔뜩 찡그린 얼굴로

 

 

네에에? 쌍둥이요? 제가 어떻게 얘 같은 얼굴이랑 닮았어요!”

 

 

라고 말했고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말해 지구과학은 얘네가 클론인가 의심스러웠다고 한다-

 

 

? 야 내가 더 기분 나빠

 

라며-선생 앞이라고 나름 욕은 자제했다- 싸움의 시작종을 울렸다.

 

 

그 와중에 지구과학은

 

그래 그럼 꼭 닮은 너네 둘이 회장 부회장을 하자. 그럼 회장 부회장 서로 악수부터 할까? 그렇지 이렇게 보니 Gemini(쌍둥이자리)같구나

 

 

라며 불난 집에 기름도 붓고 부채질까지 친절히 해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ㅈ같은 사이는 고1을 지나 고2가 되어도 똑같았는데.. 복도에서 마주치면 괜히 개무시를 한다거나 실내화 뒤축을 밟고 간다는 유치한 견제부터 체육대회에 서로가 출전하는 종목이면 이를 갈고 날아다녀 결국 공동1등을 만들어내곤 분해했던 일까지 아주 파란만장한 고1 생활과 고2 생활을 지낸 둘이다.

 

 

그리고 마주한 고2와 고3사이의 그 애매한 방학 이둘은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기억하는가 이둘은 천문학 동아리였다. 그럼 나름 천문학에 관련된 동아리 일정이 있었단 뜻인데 그중 가장 큰 행사는 바로 푸른 밤이었다. 이게 이름만 문학적이지 사실은 존나 추운 겨울에 학교 옥상에 텐트를 쳐놓고 망원경을 가져와 밤하늘의 별을 보고일지를 쓴다는 혹한기 훈련 같은 존재다. 1에서 고2로 넘어가는 방학에는 학교 공사 문제로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하게 되었단 소식에 마음이 (퍽이나) 들뜬 둘이다.

 

 

심지어 회장 부회장이라 하지 않았는가 할 일이 조지게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도 몇 없는 동아리라 가볍게 생각했던 둘이었는데 이게 판이 커져버렸다. 학교에 있는 앵간한 과학 동아리들이 죄다 참석을 하게 된 것이다. 올해가 뭐 백몇년만에 별똥별이 오지게 쏟아질 해라고 했던가 무튼 그 관심도 없는 별똥별 때문에 이 둘은 그냥 60명은 족히 넘는 인원을 관리해야할 인간들이 된 것이다.

 

 

아 씨발 실화냐...”

 

 

그러게 씨발...”

 

 

평소에는 1도 안 맞다가도 ㅈ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둘은 낮게 욕을 읊조리곤 망원경부터 텐트까지를 모두 옥상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과학실이 제일 낙후된 건물에 있어 엘베 따윈 없었다- 눈물겨운 사투 끝에 모든 설치를 마친 둘은 이제 전우애가 돋아날 듯 해 보였다.

 

 

야 너 힘좀 쓴다

 

라고 정한이 말했고

 

 

너도 말랐는줄만 알았는데 근육 오지네

 

라고 지수가 말했다.

 

 

너 미국인이라며 캘리포니아 출신 존나 멋있다야

 

 

ㅋㅋㅋㅋㅋ뭐래

 

 

나였으면 한국으로 고등학교 절대 안왔다

 

 

 

 

 

저 한마디에 정한은 느꼈다. ‘아 씨발 이거 지뢰 밟았나 본데그러곤 뱉는다는 말이

 


뭐 이유가 있으니까 왔겠지

 

 

였다. 이 이후에도 아무 말이 없는 지수에 그렇게 피어날락말락 하던 전우애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모든 학생들이 모이고 드디어 별똥별 쇼인가 뭐시기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릴 때 지구과학이 둘을 불러내더니 지랄을 시작했다. 자기가 이걸 녹화할 캠코더를 안 가져 왔다고 징징거리더니-본인이 가져오면 될 것을- 지수랑 정한이에게 가져오라 부탁도 아닌 명령을 한 것이다. 온갖 쌍욕을 입에서 굴려가며 다시 과학실이 있는 건물로 향하는 둘이었다.

 

 

과학 비품실은 지구과학실과 화학실 사이에 있었는데 안에 워낙 위험한 물품들이 많기 때문에 문이 한번 닫히면 밖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전에는 열지 못하는 구조다. 전에 말했듯이 이날은 지수와 정한이의 변곡점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기에 클리셰는 이때에도 작용했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비품실 문이 닫혀버렸다.

 

야 홍지수 이거 지금 문 닫히는 소리 아니냐

 

캠코더를 찾겠다고 박스에 대가리를 박고 있던 정한이 말했고

 

 

? 씨발 이거 왜이래

 

라며 박스에서 머리를 들고 일어나 문으로 간 지수가 외쳤다.

 

 

...”

 

 

...”

 

과학 심부름 하러 왔다가 비품실에 갇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현실직시를 하고 나니 포기가 빠른 둘이다. 차피 별똥별을 다보고 나면 누구든 내려와서 꺼내주겠지 하다못해 내일 비품 정리를 하러 들어온 누군가가 구해주겠지 라는 막연한 믿음이 비집고 들어왔다.

 

 

 

야 너 괜찮냐 홍지수

 

 

어 씨발 추우니까 말시키지 마

 

 

한겨울 난방도 켜지지 않는 비품실에는 달랑 하나 나있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한기가 가득했다. 롱패딩 까지 껴입고 온 정한과는 다르게 후리스 하나 걸친 지수는 덜덜 떨고 있었다.

 

 

야 홍지수 이리 와봐

 

 

싫어

 

 

이리오라고 너 지금 창문 바로 앞에 있잖아 거기 존나 추워

 

 

지금 상황에선 거기도 별 다르지 않아

 

 

.. 말은 드럽게 안 들어요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창가로 걸어가 책상에 걸터앉아있는 지수보다 좀 더 깊숙하게 앉는 정한이다. 그러곤 롱패딩을 열고 쫙펼쳐 지수 등 뒤를 아리게 때리고 있던 바람을 막아준다.

 

 

이 홍지수야 너 정시파라며 수능도 보기 전에 동사하고 싶냐

 

 

“....”

 

 

달은 눈치도 없이 그 좁은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함께 지만 유독 쓸쓸해 보이는 두 사람의 등을 말없이 비췄다. 전혀 위로할 분위기도 위로받을 분위기도 아니지만 그저 위로가 하고 싶어 위로가 받고 싶어 서로에게 조금은 더 기대보는 둘이다. 모든 것은 모두 본인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하다못해 어느 별에 산다는 어린 왕자조차 제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여우를 만날 때도 장미를 잃을 때도 그 어떤 순간에도 그림자는 늘 곁을 따라다닌다. 그림자 속 저 스스로를 감춘 어린왕자는 그의 장미만을 하염없이 사랑한다.

 

어린왕자의 장미는 그의 약점이자 그가 회피할 수 없는 가시였다. 찔리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양 아꼈다. 모든 것의 약점은 그것의 본질이며 존재이유다. 그리고 그 약점은 싫어하고 싶어도 마냥 사랑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우매라는 쇠창살을 걷어낸 인간이 남는다. 그리고 그곳엔 언제나 운명이 뒤따른다.

 

 

마치 우주의 한가운데인 냥 아무런 소리도 파동치지 않는 정적 사이로 지수의 말이 가로질렀다.

 

 

 

내가 살던곳은 캘리포니아 한인 기독교 사회야

 

 

 

뜬금없는 말에 정한은 당황했지만 더 너의 파동에 집중하겠다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독실한 크리스쳔이셨고 나를 사랑으로 키우셨어 근데 나는 엄마한테 자랑스러운 아들이 못되었고 사실 자랑스러운 아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지만 뭐..”

 

 

지수의 말에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는 정한이다. 학교에서 이리도 모범적인 지수가 어머니의 자랑이 될 수 없었다는 건 무슨소리인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마 범죄라던 지 이런 일에 손댄 것인가 까지 갈 때쯤 지수가 입을 열었다.

 

 

너 표정 보니까 뭐 갱단 이런 거 생각하나본데 그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그러곤 찾아온 또 한 번의 정적. 우주에 나갔다온 우주인들은 숨 막힐 듯한 정적에 지친다고 말하곤 한다. 수많은 전파가 가득한 우주의 한가운데서 정작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느낀다는게 참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인간은 멍청하게도 보이는 것만 이해하고 들리는 것만 알아챈다. 사실은 더 많은 무언가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걸 마주해야 깨닫고 이해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거울을 봐야 자신을 인지하는 것처럼 인간은 직접 마주해야만 자신 속 무언가를 인지한다.

 

 

극보수적인 기독교 사회에서 동성애는 범죄거든 그리고 난 동성을 사랑한단말야

 

 

정한이 지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왔어. 뭔 뿌리 찾기 이런 거 Nerdy같긴 한데 해보려고 나만 그러는 건 무서웠으니까 무작정 엄마 눈을 피해서 왔어 내 무언가가 엄마를 실망시킬까봐. .. 너가 지금 날 밀치고 일어나서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해도 이해할게 한국도 아직 극보수적 성향이 많으니까 뭐 너가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아니 뭐 너 처음 봤을 때 한국에는 이렇게 이쁜애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긴 했으니까 근데 뭐 나만 이렇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너는 여자를 좋아하니까 뭐 이게 딱히 뭐가 아니라 그냥 뭐

 

 

너 나 좋아해?”

 

횡설수설 하는 지수의 말 사이로 정한의 파동이 겹쳐들었다.

 

아니 좋아하는 건 아니지 걍 니 얼굴이 내 취향이라고

 

그게 그거 아냐?”

 

아니라고 뭐 그래서 더러워 내가? 역겹니?”

 

 

불안한 눈빛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로 정한이를 주시하는 지수의 얼굴에서 정한은 희열을 느꼈다.

 

 

그럴 리가

 

 

정한이 지수에게 한뼘더 붙으며 말했다.

 

 

왜 내가 여자를 좋아할 꺼라 생각해?”

 

 

..너 여자 친구도 있었잖아

 

 

.. 본적 있어?”

 

 

아니 보진 못했는데 내가 니 여친을 왜 궁금해 하냐 무튼 있었잖아

 

 

난 여자 친구라 한적 없어 지수야

 

 

?”

 

 

난 내 애인이라 했지 걔가 여자라고 단정 지은 적 없다고

 

 

파동은 자신과 같은 파동의 길을 곧잘 따라간다. 횡파는 횡파를 종파는 종파를 덮어씌운다. 크기도 진동수도 모두 다를지라도 비슷한 파동은 비슷한 양상을 띤다.

 

정한의 파동은 지수의 파동과 비슷하기에 둘은 서로를 따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로를 따르던 파동은 먼 거리를 돌고 돌아 언젠가 서로를 인지하게 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러곤 최대로 가까워 졌을 때 고작 한 뼘도 못된 거리가 되었을 때 결국 겹치게 되었다. 지수의 파동을 정한이 가로질렀고 정한의 파동을 지수가 감싸 안았다.

 

 

그게 뭔..”

 

 

나도 너랑 별 다르지 않다고 널 보자마자 저렇게 이쁜애도 있구나 생각했고 변명할 여지도 없이 내 취향 그대로 였으니까

 

 

그렇게 마주한 키스는 달았다. 온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달았다. 오래전 우주로 선 하나가 수십 년을 지나 행성 하나에 닿았고 행성의 정보를 담고 반사되어 다시 수십 년을 지나 지구에 도착한 것처럼 수많은 시간동안 서로에게 보냈던 선 하나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돌아와 휘젓고 있다.

 

 

하아 윤정한 흐.. 이게 무슨 흐읏

 

싫으면 지금 말해 바로 손뗄 테니까

 

누가 싫다 했, 으읏! 아니 으응!”

 

 

좋은 거면 다시 시작한다. 라는 정한의 낮은 목소리를 기점으로 지수의 머리에서는 정한의 머리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탄생하고 죽어가는 폭발이 계속되었다.

 

 

 

! 하고 터진 정한의 머릿속은 빅뱅이 일어난 듯 수많은 원자들이 돌고 돌아 결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고 또 결합하며 또 다른 우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지수의 머릿속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둘은 그렇게 서로가 공유하는 새로운 우주가 생긴 것이다.

 

 

 

빅뱅이 일어날 때 생겼던 광활한 빛은 아직도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다고 하던가 아마 그 빛을 이들은 이제야 인지한것일지도 모른다. 새하얀 빛이 둘 사이를 과학 비품실을 학교를 그리고 온 우주를 다 채우고 사라졌을 때쯤엔 덜컹거리는 책상위 잔뜩 늘어진 지수와 그 위에서 숨을 몰아쉬는 정한만이 남아있었다.

 

지수야

 

으응?”

 

 

지수를 일으켜 세워 제 롱패딩 속 들어있던 물티슈-지하철역 근처에서 받아서는 주머니에 쑤셔넣어뒀다-를 꺼내어 뒤처리를 해준 정한은 책상에 걸터앉아 지수를 안고는 롱패딩을 둘렀다. 그러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별안간 이름을 부르곤 이렇게 말했다.

 

별똥별이네

 

지구과학이 노래를 불러대던 별똥별 쇼가 시작된 듯 하늘에서는 곧장 제 눈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별빛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별똥별을 멍하니 보던 지수가 문득 작게 읊조렸다.

 

수많은 별들이 죽어가고 있네

 

그 하릴없는 목소리가 정한을 파고들었고 한참을 지수를 바라보던 정한은 지수의 옆통수를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샛별들이 탄생하기 위한 섭리란 그런 거니까

 

이둘의 변곡점에는 우주의 원리도 법칙도 성립시키지 못하는 우연의 기적이 작용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이 세계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흘러가듯 우연의 작용에는 감정이란 반작용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우연도 감정도 반복되면 어느새 원리가 되듯 둘의 우주도 원칙을 세워나가고 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 순식간에 끝날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쓰고 덮어가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밤하늘을 가득채운 별똥별을 지수의 눈을 통해 바라보던 정한이 다시금 지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변곡점으로 바뀐 두 사람의 관계는 아이러니 하게도 동일한 인력과 척력을 발산하며 일정한 궤도를 둔채 돌았다. 달과 지구가 만나지 못하듯이 지구와 태양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듯이 수없이 끌어당기지만 그만큼 밀어내는 관계를 이어갔다.

 

 

2때 마주한 둘의 첫 섹스로 둘의 관계가 연인이라던가 애인이라던가 설마 커플이라던가 하는 것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란 착각은 접어두는게 좋다. 애인은 개뿔 남들이 보기엔 원수가 만난다는 외나무다리에 집을 짓고 사는 걸로 보일뿐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르렁대고 이것저것 트집을 잡지 못해 안달이날 지경이면 좀 떨어질 법도 한데 웬수덩어리를 만나는 곳에 아예 자리를 틀어버린 두 사람이다. 물론 이렇기에 이 관계가 13년을 이어오고 있는걸 수도 있지만...

 

 

홍지수님 아까 보내주신 파일에서 누락된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 윤정한님 그럴 리 없을 텐데 확인 잘 해보셨나요?”

 

그럼요 50번은 더 한 것 같은데 없네요

 

제가 끝까지 검토해서 5개 맞춰 보냈는데 없다뇨ㅎㅎ 찾아서 나오면 윤정한님은 뒤지는 거세요

 

어머 그런 상스러운 말을 쓰시다니요 홍지수님 니는 여기가 회사라는 자각이 없으신가봐요

 

 

봐라 존나 싸워댄다. 직원간 수평관계를 모토로 한다는 회사에 들어가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구성원의 책임을 다한다는 사훈에 걸맞게 서로에게 존칭을 쓰며 쌍욕을 갈기는 둘이다. 이 싸움은 자세히 뜯어보면 꽤나 병신 같다는 사실을 조나 병신이라 하려다 참았다- 알 수 있는데

 

첫째, 정한이 보내달라한 파일은 연구부에서는 볼 필요도 없는 내용이다. 왜 그런 곳에 시간을 낭비하는지 또 메일 수신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지 알수도 없는 존나 쓸데라곤 화장실 휴지정도가 어울리는 내용들의 파일이었고

 

둘째, 그걸 알고도 보내준 지수는 언제나 그렇듯 고의로 파일을 누락했으며

 

셋째, 그걸 찾으러 와 달달 볶아대는 정한의 행보까지 예상하고 다른 팀원의 계정으로 어떻게 잘 구워삶았다- 누락되었다고 판단되었을 파일을 보내놓았다.

 

넷째, 놀랍게도 정한은 그 사실까지 알고 있지만 연구실에서 나와 마케팅부인 지수가 있는 건물까지 도보로 약 5분이 걸려 와야 하며 출입카드를 찍고 마케팅부가 있는 21층까지 올라오는데 7분이 소요되어야 하는 이 먼 거리를 직접 온 것이다.

 

 

 

이정도면 저들이 다니는 회사 CEO나 타 동료들이 불쌍해질 법도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아니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함을 자랑하는 윤정한, 홍지수 이기에 스트레스 해소정도구나~ 라며 열심히 모르는 체 할 뿐이다. 이 둘이 이 지랄을 시작한 역사도 꽤나 깊은데 그 정점은 술에 찌들어 살았던 대학시절이다.

 

 

윤정한이 막 제대하고 미국인인 홍지수가 1년에 걸친 유럽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쯤 이었을 것이다. 복학시기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노림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쩜 이리 완벽하게 맞물리는지 덕분에 이둘의 캠퍼스 라이프는 그것두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대충 존나 좋군 이라는 뜻이다.) 해야 할 캠퍼스 라이프는 킹갓제네럴퍼킹씨발 캠퍼스 라이프로 변질된 지 오래였다.

 

 

새내기든 헌내기든 대학생에게서는 대부분 공통된 향이 나는데 바로 알코올에 찌든 향이다. 이건 어떤 과이건 화학과든 경영과 이든 무용과 이든 체교과 이던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는 향으로 그냥 어디든 알코올에 절여 다닌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새내기 2달차였던 병아리 홍지수는

 

술에 크렌베리를 절이고 인삼도 절인다는데 이젠 나까지 절여지는구나 썅

 

이라는 명언을 내뱉고는 장렬히 전사했겠는가 물론 안그런곳도 있습니다 있습..니다..- 만나는 동기들 선배들에게서 나는 알코올 향이란 익숙해진 것이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문제의 시작은 익숙한 것이 아닌 이질적인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정한의 코를 비집고 들어온 이질적인 향은 평행하던 정한의 파동에 균열을 자아냈다.

 

 

홍지수 너 모텔 샴푸냄새 오진다

 

 

지수에게서는 습관처럼 뿌리는 스파이스 우디의 향이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유달리 강한 지수의 체취아무도 모르지만 정한만이 감지하는 것이긴 하다- 그리고 장렬히 전사했을 어제의 흔적을 보여주는 미미한 알코올 향이 정한에게는 익숙한 향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사이 이질적인 애매한 코튼향이 치고 들어왔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느라 어지럽던 동방의 공기사이로 조용히 내뱉은 한마디가 가로질렀다.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찾아오자 지수는 얼굴을 구기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내뱉었다.

 

그래서?”

 

 

그런 지수를 잠시 동안 응시하던 정한이 어깨를 으쓱하며 정해진 답을 아니 그래야 하만 하는 답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뭐가 그리도 맘에 안 드는지 한번 삔또가 나갈 때마다 서로를 쥐 잡듯 괴롭혀 댔던 것이. 서로의 연애에 관심이라곤 1도 없이 굴면서 정작 그 연인의 흔적을 찾을 때마다 마주할 때마다 온갖 삔또는 다 상해서 개지랄 염병을 부려댔던 것이다. 병신 같게도 이 둘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증거와 법칙을 개무시깠다. 그러고는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교회에 의해 핍박 받았듯 그 마음을 서로에 대한 화풀이로 덮었다. 곧 죽어도 니가 누구랑 연애를 하던 관심 없다는 둘의 병신 짓은 그렇게 꽤나 오래갔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에 흔들렸을 것이다.

 

(Tai VerdesLAst dAy oN EaRTh를 들으며 읽기를 추천합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인류는 전체 역사의 9할을 써버렸다.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92푼을 썼고

 

그 달이 사실은 지구의 파편이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97푼을 썼다.

 

그리고 이 둘도 서로에 관계를 정의하기 까지 아직도 수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있다.

 

 

지수와 정한이 앉아있는 이곳은 둘의 자취방을 기점으로 직선을 그렸을 때 그 가운데에 위치한 식당이다. 아침에는 여러 종류의 스프와 담백한 빵들을 점심에는 에그인헬과 수제 햄버거를 파는 이곳은 저녁이면 환한 불빛들을 모두 소등하고 인테리어용 무드등에 의존한 채 칵테일을 파는 펍으로 바뀐다. 창가자리에 앉아 20살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한결같이 동태눈깔로 서로의 가운데 위치한 피스타치오 쪼가리를 노려보고 있는 두 진상은 이곳의 단골이다. 새내기 때 우연히 발견해 줄기차게 방문하는 중이다. 보통은 무언가를 논의할 때 오거나 엄청난 사고를 쳤을 때 그에 대한 궁리를 하기위해서 들리는 곳인데 오늘은 아무래도 후자인 것처럼 보인다.

 

때는 25살 여름 아직은 아스팔트에 곧잘 아지랑이를 피우곤 하는 여름 끝자락 어느새 인가 펍으로 바뀐 이 가게에 오전 11시부터 자리를 꿰찬 이 둘은 창가에 위치한 바 형식의 자리에 앉아 밖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집에 가기 싫어 떼쓰는 어린애처럼 온힘을 다해 수평선 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노을 위로는 어느새 인가 달이 내려와있다.

 

우린 뭘까

 

그러게 존나 뭐지

 

이 둘은 이제 꽤나 절친해 보인다. 새내기 시절 성인이 되었다고 그 보수적이던 학교에서 좀 덜 보수적인 곳으로 한발을 내딛었다는 이유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 연애를 했던 둘은 학교 내에 이미 게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거기까진 뭐 사실 맞는 이야기이기에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정도 잘생김이면 게이일 만도 하지 라는 모두의 암묵적 인정이 한몫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둘은 경쟁이라도 하듯 어떤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았다. 이 둘이 극구 해명했던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아마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일 것이다. 6년을 사귄 연인 관계이다 부터 시작해서 새내기 커플일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을 알게 된 둘은 온힘을 다해 해명했다. 세상이 두쪽 나도 오늘이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일지라도 쟤랑은 사귈 일이 없다며 발버둥 치던 둘이었다.

 

 

하지만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나던가. 둘이 그런 소문을 달고 다닌데 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둘은 붙어있어도 존나게 붙어있었다. 서로가 자각도 못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한데 눈을 떼었다 다시 볼 때면 어느 샌가 자석처럼 붙어있었다. 이과랑 문과 캠퍼스 끝과 끝에 위치한 둘이었지만 언젠가 문득 생각이 나서 돌아보면 꼭 둘은 붙어있었다. 겹치는 수업이라고는 별과 인문학 이라는 이과 문과 짬뽕밥 수준인 교양 하나였고 동방에 들리는 시간도 달랐으며 그냥 하루일과 자체가 달랐는데 무튼 존나 붙어있었다. 아무사이 아니라하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스킨쉽과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는 별의 별 짓이 꼬라지가- 유사 연애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근데 이제 내가 아니라 쟤네끼리의 유사인-

 

조슈지야 너 속눈썹 탈모야? 어떻게 맨날 볼에 속눈썹을 묻히고 다니지?”

 

어어 떼 지마 좀 이따 만나기로 한애 꼬시려고 붙여둔거야

 

보기 드문 미친놈이네

 

거울 봐 보기 드문지

 

 

서로는 좀 놀라울 정도로 서로의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애인이 있을 때에는 유지하던 섹파관계를 쉬어가고 헤어지면 그날부로 다시 이어지는 섹파관계인 원리였다. 이렇게 보면 둘 다 엄청난 섹스광처럼 보이겠지만-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둘은 연애기간동안은 놀라울 정도로 금욕적인 사람이었다. 상대가 놀랄까 상대를 배려해서 라는 명목 하에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섹스는 피해왔다. 크기에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테크닉에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며 둘 다 나름 잘 날리는 게이로 이쪽세계에서는 유명했다.

 

 

그 인기 많은 둘은 유독 연애 기간이 짧았는데 놀랍게도 대다수는 차여서 깨졌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헤어짐에 무척이나 마음아파하며 서로를 찾아가 섹스 했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내고 윤정한은 국방부에 부름을 받았고 홍지수는 본인 버킷리스트를 이루겠다며 유럽으로 향했다. 그렇게 전설의 일부가 된 둘은 약 18개월 후에 똑같은 식당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우린 뭘까?’ , ‘그러게 존나 뭐지같은 개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개소리들의 시발점을 찾아보자면 어제 저녁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에 꽤 들떠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들이부을 술에 기대감에 차있었던 둘은 그날따라 고삐를 풀었더랬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꺼내서는 안 될 그 ㅈ같은 진실 게임을 꺼냈고 말술인 둘을 두고는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친구들을 거기 버려둔 채 밖으로 나온 둘은 이대로 끝내긴 뭔가 아쉽다며 지수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 콘돔을 깠고 섹스를 했다. 여기까진 문제가 안 된다. 둘의 관계는 그랬으니까 근데 문제는 이제 그 과정에서 발생했다.

 

술에 꼴아가지고는 말꼬리가 잔뜩 늘어진 지수가 투정을 부렸다. 마찬가지로 술에 잔뜩 꼴은 정한이 지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조슈지야 근데 너 진짜 거기 있는 애들 중에 좋아하는 애 있어서 마신 거 아니지?”

 

그럼 너는 너도 좋아하는 애 있어서 대답 못하고 술 마셨냐

 

느낄 것은 다 느끼면서도 착실히 대답하는 지수를 보던 정한이 움직임을 멈춘 채로 멍하니 지수의 얼굴을 응시하다 자각도 못한 채 내뱉었다.

 

몰라.. 인정하기 싫어서 그래서 걍 마셔야겠다 했어. 난 안좋아해야한단 말이야..”

 

“....”

 

너는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정말 좋아하는 애 있어?”

 

나도..”

 

?”

 

인정하기 싫어서 걍 마셨다고 그니까 내가 혹시 너를 좋아한다 할까봐 걍 마셨어

 

..야 나도

 

어어 그래 이걸 듣고 병신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당신은 정상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된 건 바로 이 한마디다.

 

.. 나 진짜 너 좋아하나봐 지수야

 

“..나도 그런가봐.. 정한아

 

그러고는 한참을 서로를 쳐다보다 키스했다.

 

으응, 근데 너 여기서 그만할 거야?”

 

미쳤어? 다 풀어졌으니까 걍 빨리 들어와

 

 

어엿븐 사랑고백에 순식간에 극점에 도달한 둘이었다.

 

 

수많은 별이 수놓아진 우주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개의 별이 사라지며 수천 개의 별이 탄생한다. 수만 개의 행성들이 서로의 인력과 척력을 유지하며 공전하고 자전한다. 그리고 그 인력이 그리고 또 척력이 희미해질 때쯤엔 충돌하여 다른 행성을 만들고 또는 사라진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우리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탄생하고 죽어가는 수많은 핵심구체들을 마주하고서야 인식하는 우매한 인간들에게 우주의 원리도 법칙도 작용하지 못하는 감정이란 우연은 그 어떤 미지보다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여기는 노을이 지고 있는 늦여름의 오후 6시 어느새 펍으로 바뀐 가게에서는 아침부터 7시간째 죽치고 앉아있는 두 진상이 17번째 흘러나오는 Tai VerdesLAst dAy oN EaRTh을 들으며 26번째 같은 소리를 반복중이다.

 

우린 뭘까

 

그러게 존나 뭐지

 

 

마찬가지로 두 사람 가운데에 위치한 피스타치오 쪼가리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정한은 제 몫으로 시킨 화이트 러시 안을 지수는 블랙 러시안을 털어 넣는다.

 

취중 고백은 고백이 아니라 개소리라잖아

 

지수가 전개했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냐 미국인 아니었어?”

 

한국에서 산지 이제 곧 10년이다.”

 

애매한 공기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초신성 폭발로 인해 생긴 에너지파가 주변 별들에게 영향을 주듯 둘 사이에 분명히 존재한 폭발은 서로에게 치명적 영향을 줬다. 하지만 모든 파동이 그렇듯 아무런 인지도 못한 채 다가왔기에 서로의 영향을 숨기기 급급할 뿐이다.

 

 

그래서 걍 없던 일로 묻자는 거지?”

 

그편이 좋지 않을까? 그게 정말 사랑이라 하기엔 우리는 너무 상극이잖아

 

 

개소리가 판을 친다. 이번에도 서로가 충돌하기 직전에 아니 사실은 스쳐지나간것일지도 모르지만 온힘을 다해 척력을 끌어내었다. 서로를 밀어낼 대로 밀어내며 또 다시 그 지겨운 공전궤도를 유지한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일지라도 널 좋아한다 하진 못할 거 같아

 

그럼 이미 우린 지구의 마지막 날을 건너온 거네

 

떠올리게 하지 말라했지 정한아

 

니가 먼저 말 꺼냈다 조슈지야

 

 

노을조차 다 사라진 펍에 10시간째 앉아있는 둘은 26번째 흘러나오는 VerdesLAst dAy oN EaRTh을 들으며 8년째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알 수 없는 궤도를 공전하고 있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렇게 몇 년을 돌고 돌아 다시 현재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둘의 공전 궤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새끼가 나한테 지 와이프있다고 했다니까 사진도 보여줬다고 애도 있던 만

 

개소리마 그런 사람이 어떻게 게이니

 

아니 야 홍지수 너 내가 지금 구라치는걸로 보여?”

 

닥쳐 제발 정신 사나우니까

 

 

우주를 향한 갈망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저 너머의 방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변할 인생이 두려운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국가도 NASA도 자신이 가진 정보를 숨기고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인지한다는 것은 자신의 변화를 감내해야할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다.

 

야 홍지수 너랑 사귀고 있는 사람이 우리 거래처 박대리 맞잖아! 그 사람 운전석에 떡하니 가족사진이 있었다니까! 니가 그렇게 죽고 못 산다는 그 사람 유부남인 것 같다고 내 말 듣고 있어?”

 

막대한 정보는 슈퍼컴퓨터에게도 오류를 가져온다. 그리고 지수의 세계는 지금 오류로 가득 찼다. 수많은 파동들이 전파를 보내지만 그마저 버거워 셔터를 닫고 번 아웃을 시전 하였다.

 

! 윤정한 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런 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다루는 소재야 가정이 있는 사람이 그것도 이성애자가 어떻게 게이바에와서 게이랑 사랑 하냐고 괜히 시비털지말고 얼른 꺼져

 

수많은 정보들이 얽혀 과거의 기억조차 끄집어내었다. 이렇게 맞아 가면 안 될 것 같지만 연결고리들이 제자리를 찾더니 숨겨진 정보들조차 튀어나와 퍼즐이 맞춰졌다. 그리고 지수는 온힘을 다해 그 퍼즐을 부셨다.

 

공전궤도가 일그러지는 순간은 서로가 서로의 영역에 대한 침범을 암묵적 인지했을 때이다. 결계가 깨지는 것과는 다르게 모든 법칙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 또 다른 법칙이 시시각각 탄생해 그 자리를 메꾸는 것이다.

 

 

 

지수는 곧잘 사람을 만나는 편이었다. 너무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온힘을 다 쏟아부을만틈 진지한 관계는 아닌 사랑을 했고 대부분 좋은 시작과 좋은 마지막을 맞이했다. 취향은 500년 산 대나무보다 올곧게 뼈대가 굵지만 근육은 오히려 적고 스탠 슬림에 눈이 이쁜사람을 고수해왔다. 그리고 홍지수가 누구던가 조금 켕기는 부분이 있으면 주변에서 말하지 않아도 이미 탈탈 털은후 헤어지고 말고까지 결정내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뭐가 그리도 애절한지 윤정한이 하는 말은 다 차단시킨 채로 무작정 앞만 본다.

 

 

! 조슈지 어디가! 너 그 사람 만나러 가냐? 가지말라니까아!”

 

 

퇴근길에도 이젠 지칠 법도 한데 끈질기게 따라붙는 정한이다.

 

 

야 그 사람이 뭐가 그렇게 좋아서 그래!”

 

 

그러게 말이다

 

 

그래 보니까 좀 생겼다만 그래도 걔보다 잘생긴 사람 많다

 

 

그러시겠지요

 

 

야 당장 니 옆에만 해도 봐봐 걔보다 오백 배는 잘생겼잖아

 

 

그럼 그럼

 

 

걔랑 사귈 바에는 차라리 나랑 사귀자고 이 머저리야

 

 

씨발 이건 못 참겠다.

 

 

야 윤정한 작작좀해 내가 알아서 한다고 너가 뭔데 지랄이세요 제발 닥치고 집이나 가

 

 

야 홍지수 너 지금.. ! 내가 그 새끼 보다 오천 배는 잘생겼어 어! 시발 나랑 사귀는 게 그렇게 혐오할 일이냐고! ! 나 나름 인기 많다고!”

 

 

아파트 입구에서 오지게도 앙냥거리는 정한이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지수는 잔뜩 지쳐서 맥아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공으로 현관문을 한참을 응시하고 있다.

 

몰랐겠냐고

 

한숨 쉬듯 말을 짓씹은 지수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사실 지수도 알았다. 눈치 백단 뭔단 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몰랐을 리가 없다. 아마 정한도 지수가 이미 알고 있었단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그래도 변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보 같게도 닮아서다. 닮아서. 박대리라는 개새끼가 윤정한이랑 닮아서다.

 

 

시발 그래도 성격 차이는 좀 있네

 

 

여느 직장인답게 냉장고에 가득찬 맥주를 꺼내 마시며 자조적으로 웃는 지수다. 지수는 윤정한에 홀려 박대리를 만났다. 이상하게 닮았고 이상하게 달랐다. 그 다른 점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지수에게는 위안이었다. 자기가 정말 윤정한을 사랑하는 것일까 두려웠기에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서도 필사적으로 다른 부분을 찾았다. 여태껏 만났던 사람들은 윤정한과 닮은 부분 그 한부분에 끌렸다. 하지만 박대리는 ㅈ같게도 윤정한과 다른 부분을 사랑하게 되었기에 놓지 못하는 것이다. 놓아버리면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까봐라는 병신 같은 생각에 지수는 머리가 아파왔다.

 

 

윤정한이라면 절대 못하지 이런 짓

지수에게 사랑은 어렵다. 그 어떠한 변수가 작용할지 모르는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만큼이나 골치 아프다. 수많은 궤적을 계산하고 계산하여 gps조차 없는 화성에 정확한 위치라 부를 수도 없는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최대한의 근사치를 뽑아내는 일이 지수에게는 사랑이다. 확신할 수도 없는 제 마음이 어디에 꽂힐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해 가는 동안 스스로의 가장 복잡한 계산을 거쳐 최대한의 근사치를 뽑아내야한다. 그리고 지수는 결국 제 수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아내고야 말았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여보세요. 네 홍지수입니다

 

MD님 여기 연구동인데요. 윤연구원님이 자료하나가 누락된 것 같다고 하셔서요

 

무슨 자료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 자료가 누락된 것 같다하면 아실꺼라고 했는데.. .. 잠시 만요

 

 

윤정한의 객기는 그 다음날도 멈추지 않았는가보다 라고 생각한 지수다.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이 새끼가 더 골 아프게 만들고 있다.

 

 

MD님 윤연구원님이 지금 공석이셔서 다시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머피의 법칙이 통하는 날이 있지 않는가. 세상 모든 만물이 나에게만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만 같은 날, 오늘 지수의 하루가 딱 그렇다. 13일의 금요일, 머피의 법칙, 저주인형의 효력 뭐 어찌저찌를 다 긁어모은 날이다. 일단 그 시발점은 아침에 인턴에 제게 쏟은 커피였고 비중이 가장 컸던 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온 연구동에서의 윤정한 짓이 분명하다- 전화였으며 제일 ㅈ같은 건 지금 지수의 눈앞에 보이는 저 장면이다.

 

 

모든 원리에는 작용 반작용 그리고 원인과 결과가 따른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최애인 회사앞 사케동이 아니라 몇블럭은 떨어져있는 텐동이 땡겼더랬다. 왜인지 모르게 잔뜩 지쳐있는 윤정한을 끌고 굳이 거기까지 갔고 오늘따라 사람이 없어서 빨리먹은탓에 최근에 생겨서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했던 카페에 가서 커피까지 샀다.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원인들에 쌓여져 지금 눈앞에 그 박대리 새끼가 와이프와 딸내미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마주한 것이다.

 

 

햇살이 예쁘게 내려앉은 카페 발코니에 노오란 고까옷을 입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반차라도 낸 듯 여유로운 모습으로 와이프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박대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자리에 서서 모든 자전과 공전을 멈춘 채로 멍하니 쳐다봤다.

 

 

 

야 홍지수 빨리 와 나 지금 보고서만 3개를 써야해

 

 

 

윤정한의 목소리는 제게 닿지 못하고 주변의 흐름을 따라 지수를 비껴 흘러갔다.

 

 

 

조슈지이!”

 

 

정한의 부름이 이제야 닿았는지 슬로우라도 걸린 마냥 천천히 저를 돌아보는 지수에 의아함을 느낀 정한이 지수에게 걸어갔다.

 

 

넌 정신을 왜 이렇게 빼놓고 있..”

 

 

 

윤정한도 봤다. 노란 고까옷, 웃는 여인, 행복한 남자 그 평온한 그림을 윤정한도 마주했다.

 

 

 

윤정한은 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에게만 중력을 허락한다. 어떤 충격에도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그대로 흘러나가 저 깜깜한 우주에 버려지지 않도록 굳건한 중력을 작용한다.

 

 

 

가자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다.”

 

 

어느 글에서인가 그러했다. 우주의 시간은 누군가의 등굣길을 누군가의 식사를 누군가의 첫 울음을 누군가의 마지막 한숨을 기쁨의 눈물을 비수 같은 웃음을 낮과 밤을 자전과 공전을 담고 있는 거라고.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하고 화려한 순간을 모두 채워넣으면 우주라는 시간이 완성된다고.

 

 

윤정한은 이과인 주제에 입시생때 읽은 그 출처모를 글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 그리고 어느 때나 그랬던 것처럼 우주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처럼 지수를 데리고 나와 직장인들로 가득한 점심 빌딩숲을 거닐었고 바람에 흩날린 지수의 머리를 놀려대다가도 다듬었으며 주위를 면밀히 살피고는 ㅈ같은 부장새끼 커피에 뜨거운 물 보다 차가운 물을 먼저 넣었다며 비장하게 자랑했다.

 

 

나 병신 같지

 

 

지수의 한마디는 언제나 정한의 시간을 베어냈다.

 

 

틀린 말은 아니지

 

 

그리고 정한은 그 베어진 시간의 단면을 덧칠했다.

 

 

병신 슈지 덕분에 내가 좀 덜 병신같으려나 이제

 

 

별 개소리를 다한다는 듯 정한을 응시하는 지수에 정한이 피식 웃었다. 그러곤 잘 피지도 않던 담배는 어디서 났는지 20살 초에 둘이서 경쟁하듯 피다 천식으로 나란히 응급실 침대에 누운 뒤 단박에 끊었다.- 입에 꼬나물고는 불을 붙였다. 들어간 연기는 그 안을 잔뜩 할퀴고는 밖으로 비집어져 나왔다.

 

 

병신역할은 나였잖아. 어때 나보다 더 병신이 되어본 기분이?”

 

 

뿌연 연기사이로 윤정한이 제 잘난 얼굴을 심장이 멎도록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 손을 휘휘 저으며 연기를 흐트러뜨린 지수가 괘씸하다는 듯 정한의 담배를 뺏어 물고는 깊게 빨았다 내쉬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ㅈ같진 않네

 

 

아직 한참은 남은 장초를 바닥에 버리고는 특유의 뇨룡한 웃음 윤정한 피셜이다-를 지은 지수가 정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금연실패 벌금 오만원 내놔라

 

 

뒤통수를 씨게 맞은 듯 한 표정을 지수를 쳐다보던 정한이 어이없다는 말투로 반박했다.

 

 

너도 방금 폈잖아

 

쪼잔한 새끼

 

야 시발 어이가 털려도 이렇게 털리면 나도 당황스럽지 조슈지야

 

넌 그렇게 살고 싶냐?”

 

! 너 아주 내가 형으로써 말하는데 말이야

 

형 소리 안 지겹니

 

한국에서는 생일이 빠르면 형 대우 해줘야한다고 몇 번 말해 동방예의지국에 살면 그 정도 예의는 갖춰야지!”

 

빛이 내리쬐는 찰나에도 소리란 파동이 세상을 울리는 순간에도 사랑이 오가는 운명에도 그 어떤 시간에도 우주의 초침은 멈추지 않는다. 저들의 우주는 오늘도 째깍거리며 돌아가고 여전히 자전하며 움직이지만 둘 사이의 척력은 제 일을 끝냈다는 듯 멈추었다. 로켓의 착륙이 행성간 충돌이 또 다른 운명의 탄생이 모두 예고되었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는 사실 우주먼지와 잡다한 돌덩이들의 무리라고 한다.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것들은 그렇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름의 비극과 저만의 복잡한 이면을 가지고 있다. 지수의 사랑을 그렇다.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은 잔뜩 지잇겨지고 헤졌으며 이젠 너덜너덜해 더 이상 이어 붙일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구겨진 곳을 피고 먼지를 쓸어내며 구멍이 생긴곳을 메우는 건 정한이다. 그 뭣도 아닌 섹스가 고작 그 키스가 지수를 메운다.

 

하 지수야 오늘은 안박아줄 거야 알지?”

 

 

?? 씨발 왜?”

 

 

너 그 새끼랑 아직 안 헤어졌잖아. 우리가 섹스할 때 원칙이 뭐였는지 기억 안나? 서로가 애인이 있을 때는 삽입섹스는 안하기로 했잖아 마지막 양심이라고

 

 

지금이 그때 상황하고 같아? 너도 봤잖아 그 새끼 유부남인거 니가 말해줬잖아!”

 

 

어차피 헤어질꺼라며

 

 

그래 내일 당장 헤어지자고 말할 예정이었단 말야

 

 

걔 얼굴보고 약해져서 두리뭉술 말하지 말고 제대로 욕박고 오라는 소리야

 

 

윤정한이 진지할 때는 보통 3가지로 나뉘는데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거나, 별을 보거나, 지수의 마음을 알아챌 때 이다. 평소에는 똑부러지는 지수가 어디서 꿇리지 않는 지수가 이번에는 너무 달랐기에 그 순간을 꿰뚫어본 정한은 지수를 다잡았다.

 

 

나한테 하는 것처럼 욕하고 와 그럼 세상에서 너 이길 사람 아무도 없어

 

 

“....병신

 

 

얼마 전에 너가 나보다 더한 병신으로 개정된 거 까먹었냐

 

 

미친놈

 

 

그것도 나름 괜찮네 병신아

 

 

그러곤 키스했다. 여태껏 했듯이 키스했다. 둘의 키스에는 척력은 없다. 대신 인력이 가득했다. 끌어당기고 끌어당겨 더 이상 더 붙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도 마냥 끌어당기기만 하는 그런 키스였다.

 

 

그랬던 일이 바로 어제 저녁이다. 그리고 오늘 지수의 로켓은 목적지까지의 제 수식이 맞는다면 이번이 마지막 분리가 될 예정이다.

 

 

 

[자기 집 앞 카페로 갈게. 할 말이 있어서]8:21p.m

 

 

 

 

밑져야 본전이다 이젠. 퇴근 후 샤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젖어있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턴 지수가 차키를 집어 들고 개새끼가 있을 카페로 향했다.

 

 

시발 저게 뭐야 지금

 

 

하지만 언제나 변수란 작용한다.

 

 

 

오오 홍지수 생각보다 빠른 출발이시네여

 

 

너가 왜 여기 있어

 

 

또 마음 못 잡고 한밤중에야 찾아가서 질질 짜고 올까봐 와봤지

 

 

?”

 

 

우리 지수 눈물 많잖아~ 새내기 시절 기억 안나? 아귀찜 먹고 빨간 음식이 너무 맵다면서 펑펑 울고..”

 

 

우리 정한이가 요즘 좀 덜 쳐맞으셨나봐요?”

 

 

그럴 리가요 어제도 쳐 맞아서 온몸이 멍투성이에요~ 이러다 연구원 때려치우고 스머프 오디션이나 보러가게 생겼는걸요? 하도 맞아서 몸이 파란색인데 보실래여?”

 

 

아이쿠야 지랄 말고 빨리 가던 길이나 가세요~ 저는 지금 좀 바빠서

 

 

한창을 지수와 티키타카 하며 싸워대던 정한이 피식 웃었다. 어딘가 안심된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 같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잘 하고 나와 옆에 골목에서 기다릴게

 

 

그러곤 지수의 손에 오만 원을 쥐어줬다.

 

 

카페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담배사서 한 대 피우고 있을 테니까 한 대 다피우기 전까진 나와라

 

 

지수가 오만원을 빤히 쳐다보더니 뇨룡~하고 웃고는 다시 정한의 손에 오만원을 옮겼다.

 

 

 

빛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 줄 알아? 단위도 제대로 측정하기 힘들어서 광년이라하잖아 내가 오늘 광년이 될 거거든 미칠광이 들어간 광년 너 담배 사러 다녀오기도 전에 끝날 테니까 걍 조용히 옆골목에서 사탕이나 빨고 있어 알았지?

 

 

이 세상에 결혼 유무를 숨기고 바람을 피우는 개새끼는 수많은 별들처럼 많고 그중 유부게이도 존재한다. 어쩌면 이들을 빛내고 빛내 결국 죽이는 처절한 사랑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홍지수의 세계엔 없다. 적어도 이곳엔 없다. 지수와 정한의 세계는 매일을 죽고 다시 태어난다. 그 둘의 사랑은 매 순간이 지구에서의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하다. 그렇기에 지수는 오늘의 충돌이 들뜨기만 하다.

 

 

 

너 애 딸린 유부남이라며

 

 

우리의 지수는 뭔가 달라도 남달랐다. 카페에 앉아있는 그 새끼 모습을 보고 들어가 앉기도 전에 본론부터 이야기한다. 작지는 않지만 소리 지르지도 않으며 흥분한티라고는 1도 내지 않지만 모두의 이목을 끌어올 만한 목소리로 앞에 놓인 씹새끼를 조진다.

 

 

 

여자랑 결혼도 해놓고 애까지 딸려놓고서는 남자랑 씹질이 하고 싶었니??”

 

 

 

앞에 앉은 박대리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간다.

 

 

 

미안한데 나는 유부남이랑까지 붙어먹을 만큼 궁하진 않아서

 

 

이젠 노오랗게 변해간다.

 

 

니 와이프한테 말 안한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제 그만 하자 우리

 

 

뻘겋게 변한 얼굴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 근데 솔직히 니가 유부남이 아니었어도 헤어지고 싶긴 했어. 존나 못하더라....”

 

 

아무 말도 못하고 퍼렇게 질린 얼굴에 지수가 다시 한 번 일격을 가한다.

 

 

섹스

 

 

 

 

Cosmology

: 우주론(宇宙論)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Lovers On The Moon AJ Mitchell을 들으며 보시면 박박 재밌음 -이럴 때 쓰는 말 맞지요?- )

 

 

 

한마디 뻥끗하지도 못한 남자를 뒤로하고 지수는 상쾌하게 가게를 나왔다. 얼굴에 물을 뿌리고 주먹다짐을 하고 칼부림이 일어나는 장면은 드라마 속 극적 전개를 위한 것이지 30대 직장인의 러브스토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도 평범하기를 누구보다 기원하는 지수는 그렇게 평범하게 마지막이란 마침표를 찍었고 평범하게 일어나 평범하게 가게 문을 열고 나왔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밟았다. 이게 지수가 맞이한 로켓의 착륙이며 궤도 이탈로 인한 충돌이고 한참을 빙빙 돌아 시작한 러브스토리의 도입부이다.

 

 

윤정한!”

 

 

지수의 부름에는 당연하다는 듯 정한의 웃음이 뒤따랐다. 언젠가부터 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인지한지조차 얼마 안 되었을 것이다. 지수가 정한을 부를 때 정한이 지수를 부를 때 그 파동이 제게 닿는 그 순간부터 웃음을 짓기 시작한 때가. 환하게 저를 보며 웃어 보이는 정한에 시선을 빼앗긴 지수가 그대로 다가가 입을 맞췄다.

 

 

당황한 정한이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가 이내 그에 응했다. 과학 비품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의존해 서툴게 입을 맞췄던 그날처럼 정신 못차릴정도로 밀려오는 근원점을 모를 쾌감에 등언저리가 저릿해지고 손끝 발끝이 저렸던 그 순간의 느낌이 둘을 덮쳤다.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 아니더라도 내가 널 좋아할 수 있나봐

 

지수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뭐가 그리 급한지 맘속에 터질 듯 가득찬 말을 와르르 쏟아냈다.

 

내일이 지구의 마지막 날일지라도 내가 널 사랑하나봐

 

정한이 지수를 바라보다 벅찬 마음을 말로 토해냈다.

 

 

빅뱅이 일어난 우주에는 수많은 원소가 떠다녔다고 한다. 서로 부딪히고 뭉쳐지고 부딪히고 또 뭉쳐지기를 반복하며 많은걸 형성해냈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원소들이 모이고 모여 덩어리를 형성했고 그 덩어리들은 또 다른 덩어리들과 부딪혀가며 뭉쳐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원소들은 커다란 소행성과 충돌했고 나뉘게 되었는데 이들은 서로를 끌어당겨 두 개의 무리로 뭉치게 되었고 그중 큰 덩어리는 지구가 작은 덩어리는 달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구와 달은 인력과 척력을 분배해가며 일정한 궤도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그들의 공전궤도가 되었다.

 

 

윤정한과 홍지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다툼을 겪고 사랑이란 성장통을 이겨낸 뒤 일정한 궤도를 만들어냈고 그 궤도를 따라 공전하다 결국 서로를 향한 척력을 거둬냈다. 수없이 쟀던 몇 광년의 거리는 감정이란 변수를 인지한 순간에 좁혀졌다.

 

 

사과가 지구의 중심을 향해 떨어지는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중력은 우리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로켓은 다르다. 중력을 이기고 무중력으로 가는 그 고철덩어리는 우주의 힘을 거슬렀다. 그리고 고철덩어리를 만들어낸 우주의 섭리에 의해 살아가는 인간은 그 어떤 원리도 섭리도 관여하지 못하는 운명과 우연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 모순은 사랑이란 가장 큰 약점을 인간에게 선물했다.

 

 

우리가 좀만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빌어먹을 인간은 우주의 작은 원소일 뿐이라서 이것도 우주의 원리의 일부이지 않을까

 

 

자신의 집 거실에 놓인 마호가니색 카우치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며 별안간 튀어나온 지수의 질문에 이과 윤정한이 대답했다. 정한에게 안겨 있던 지수는 고개를 들고 정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간은 운명으로 이루어져있고 사랑은 운명이 내린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래

 

 

약점은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을 의미하는 거야 그게 사랑인거면 기꺼이 받아들이지 뭐

 

 

그 모든 원리와 운명의 결론이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 나도

 

 

지수의 말에 정한이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내렸다.

 

 

그래서 하던거 마저 할까 아님 이대로 잘래

 

 

시발 다들 아름다운 엔딩으로 잘끝나가고 있다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둘은 서로의 마음을 인지하자마자 열심히 섹스중이셨다. 그 어떤 별보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중이었단 뜻이다.

 

 

정한아 장난해? 당장 다시 박아

 

 

커다란 우주에는 수많은 별이 빛나며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죽음을 향해 살고 탄생을 향해 죽으며 다시 소멸을 향해 탄생한다. 그들은 제각기 저만의 궤도를 가지고 광활한 우주를 떠다닌다. 그중 몇은 어딘지 모를 인력에 이끌려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낙하도중 연소되어 사라진다. 우린 그것을 별똥별이라 이름붙이고 그 찰나에 품에 숨겨둔 소원을 내뱉는다.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라면 널 사랑할게 정한아

 

내일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어도 널 향한 단 하나의 에움길을 걸을께 사랑해 지수야

 

 

지수를 내려다보는 정한의 등 뒤로 수많은 별똥별이 쏟아졌다. 13년전 과학 비품실에서 보았던 그 광경이 시간을 달려 다시금 펼쳐졌다. 그때 그 치기 어렸던 감정을 가진 소년들은 사랑을 감추는 어른이 되었고 그날처럼 정한은 지수의 눈을 통해 별똥별을 바라보다 입을 맞췄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운명일지 어디서 만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둘의 궤도는 모든 지름길을 돌고 돌아 만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달은 지구를 만날 수 없고

 

지구는 태양을 만날 수 없다.

 

우주의 섭리 속 자그마한 인간들은 약점을 그림자에 감춰가며 수많은 파동을 흘려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력을 거스르고 무중력을 향해 나아갔으며

 

원인이 없는 우연을 마주하고

 

결과 모를 사랑을 받아들였으며

 

작용과 반작용을 예측할 수 없는

 

운명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사이란

 

우리의 궤도란

 

예측 불가한 변수들이 만개한

 

푸른 밤하늘 뒤편에 수놓아진

 

광활한 우주를 담은

 

 

Cosmology: 우주론(宇宙論) 이다.

 

 

 

 

(후기를 꼭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