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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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5183b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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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 / HR 5183 b

 

파도

 

 

 

Hey, Yoon. It’s time for work.

 

, 그만 흔들어. . 일어났다니까. Verny, haven’t I told you that I’m just shutting my eyes down?

 

Yeah, well…… You use that excuse every time. 오늘 높으신 분들이 보낸 우주선 도킹 예정인 거 알잖아, .

 

알지~ 근데, 고작 의료 치프인 내가 거길 가서 뭘 하겠니. 긴급 환자 생기면 호출하겠지.

 

You know that you’re being irresponsible, right?

 

, 오브 콜스~ 그니까 먼저 가 보세요, 미션 스페셜리스트 님.

 

 

 

윤정한은 언제나 엉망진창인 머리를 새삼스럽게 대충 빗어놓고서 무게 추가 백 개쯤 달린 것 같은 발을 옮겼다. 귀찮게. 높으신 분들은 왜 말단 치프까지 부르는 거야. 내가 지들을 곱게 볼 리도 없는데.

 

 

 

지구에 있는 승관이 제 꼴을 보면 잔소리를 할 것이 분명하단 생각에 발을 옮기기는 옮겼다. 여기서 정직당하면 커리어는 그냥 끝장나는 거니까. , 그냥 해고당하고 지구로 돌아가서 지아랑 보낼까. 지아도 오랫동안 못 봤는데. 지아는 잘 지내나? 윤정한은 그런 실 없는 생각들을 하며 집결 장소로 향했다.

 

 

 

 

 

 

 

ISS(1) 국제 우주 정거장, International Space Station 3개월 차, 미 해군 군의관 출신 의료팀 치프 (유일한 팀원이자 치프), 미국으로 귀화한 전 한국인, Gook(2) 동양인 비하 표현의 수난을 이겨내고 엑스퍼디션 59기에 발탁된 승무원. 모두가 윤정한을 포함하고 표현하는 것들이었다.

 

 

 

사실, 윤정한은 토종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유년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으며, 윤정한의 어릴 적 상상 세계를 돌아보면 윤정한은 뼈까지 한국에 묻을 예정이었다. 그런 윤정한에게 걸림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죽는 게 한국인 팔 할의 운명 아니었나. 당연한 거잖아. 윤정한은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원래라면 피카츄를 손에 들고 보조 가방을 흔들며 다녀야 했을 파릇파릇한 열댓 살 짜리 남자애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행 비행기 티켓을 쥐고 공항에 두 발을 딛고 있을 때부터.

 

 

 

윤정한이 미국으로 오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조기 유학 선포였다. 넌 미국에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윤정한은 열심히 했다. 대학도 좋은 곳 갔다. 엇나간 일이 있었다면, 의사 면허 달고 한창 잘 나갈 즈음에, 이젠 귀국을 해서 한국에 정착하라는 엄마의 명령에 해군에 덜컥 입대하기는 했다.

 

 

 

엄마가 나야? 그걸 왜 마음대로 정하는데.

 

 

 

윤정한은 그날로 한국에서도 안 간 군대에 제 발로 들어갔다. 의학계의 유망주라는 신분으로 받아둔 영주권도 군의관 되는 데에 썼다. 그래야 기껏 들어간 해군에서 말단 사무 보조 요원이 아니라, 정말 남들 같이 훈련받고 겸상하고 홍지수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약간의 충동과 반항심이 섞인 이 행동이 윤정한의 인생을 제대로 꼬아버렸지만, 윤정한은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다.

 

 

 

홍지수는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윤정한처럼 조기 유학이나 어릴 때 이민 온 게 아니라, 진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탈 쓴 미국인이었다. 심지어 집안도 좋았다. 입대하기 전 전공은 비즈니스. 미국 와서 머리 금빛으로 물들인 윤정한과 홍지수는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통점이 하나 없었다. 물론, 윤정한과는 조금 다른 충동으로 해군에 입대했다는 게 윤정한과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었지만.

 

 

 

홍지수는 어떤 군인에게 영감을 받아서 해군에 입대했다고 했다. 해군으로 온 이유는 바다가 좋아서. 이유가 윤정한 본인의 것보다 단순하기 짝이 없어서 윤정한은 항상 실소를 흘리곤 했다. 나보다 더한데 착하고 친절한 또라이. 홍지수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윤정한은 그런 생각을 했다.

 

 

 

윤정한과 홍지수는 빠르게 친해졌다. 임무 배정 지역이 지구 반 바퀴 정도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안부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물론, 둘 다 이라크로 파병됐을 때에는 생존 여부나 걱정했지만. 아무튼, 윤정한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맞았다. 홍지수한테 차일 각오하고 고백한 그 날에는 키스까지 진도를 나갔다. 배 맞기까지는 일 년이나 걸렸지만.

 

 

 

그렇게 윤정한과 홍지수는 서로 없이는 죽어버릴 것 같은 사랑을 했다. 홍지수 어깨 잘근잘근 무는 게 윤정한 습관. 윤정한 원하는 대로 곧이 곧이 훈련할 때도 웃옷 안 벗는 게 홍지수 습관. 훈련 끝내고 메디컬 베드에서 몸 섞는 건 하루 일과. 그렇게 몇 년을 지냈다. 중간에 동성 결혼이 합법화돼서 혼인 신고도 프러포즈도 냉큼 했다. 둘 다 서로에게 청혼하려다 웨딩 링이 두 개가 되긴 했지만. 결혼 삼 년차에는 예쁜 딸도 얻었다. 행복했다. 윤정한도, 홍지수도.

 

 

 

 

 

 

 

홍지수는 윤정한과 달리 말 그대로 해군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눈 깜빡하면 진급, 군대에 몇 년 동안 몸담으면서 저렇게 승진이 빠른 애는 처음 봤다. 그래서 그랬나, 홍지수는 팔자에도 없는 우주 비행사가 되라는 오퍼를 빨리도 받아들였다.

 

 

 

지수야, 너 그거 하면 오랫동안 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안 보고 싶겠어? ㅠㅠ

 

정한아, 단기 미션이니까 걱정 마. ㅎㅎ 그래도 네가 가지 말라면 안 갈게.

 

내가 어떻게 가지 말라는 얘기를 해~ㅠㅠ 우리 슈지 생각하느라 IV를 실수로 동맥에 꽂아버리는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윤정한은 홍지수의 난데없는 우주 미션 소식에 걱정을 다섯 시간 정도 했다. 입대하고서 제일 많이 본 것도 홍지수였고, 입술 부대낀 것도 홍지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웨딩 링 나눈 것도 홍지수인데. 그래도 눈 반짝반짝 빛내는 홍지수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나도 군대 나오고 일반 병원으로 정착하려고 하는데, 군대에 혼자 홍지수를 남기기도 싫었고, …… 홍지수가 가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한 얼마 되지 않는 것들 중에 하나였으니까. 그렇게 윤정한은 제 손으로 홍지수를 보냈다.

 

 

 

 

 

 

 

 

 

 

 

 

 

미션 넘버 STS-9472, 승무원은 총 일곱 명. 발사 날짜 20XX216. 귀환 날짜 20XX34. OV-107호를 탑승하여 외계 행성 HR 5183 b의 공전궤도를 순환하고 오는 일정. 간단한 일정이 맞았다. 딱 이 주하고도 이틀 더 기다리면 홍지수가 돌아온다. 홍지수가 돌아오는 날에는 월차를 내야지. 미리 동료 의관에게 커버도 부탁했다.

 

 

 

디 마이너스 십사. 디 마이너스 십오. 디데이. 홍지수 오는 날. 평소였으면 침대에 퍼질러서 자고 있었을 윤정한은 아침 일찍 지아 등원도 시키고 집 안 청소도 했다. 미리 사 둔 칼조네 재료도 미리 꺼내서 손질해 두고, 지아 하원 시간에 맞춰서 지아도 데리고 귀가했다.

 

 

 

지아야, 오늘 아빠 오는 날이니까, 같이 저녁 만들어 둘까?

 

 

 

마음에 든다는 듯 양 갈래 묶은 채로 고개 주억거리는 지아를 식탁 의자에 앉혀두고 반죽을 들었다. 홍지수 돌아오면 투정 좀 부려야지. ㅎㅎ 실없는 생각과 지아의 유치원 일과를 들으며 칼조네를 오븐에 넣어두고, 차 키를 들고 운전대를 잡았다.

 

 

 

홍지수를 보낸 그 대합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곳에 모인 가족들은 꽤 되는 것 같았다. 다 우주에서 귀환할 가족들 만나러 온 거겠지. 한 시간, 두 시간. 예상 도착 시각을 훨씬 넘기고도 도착하지 않는 지수에 안면 있는 후배를 잡아 물어봤다. , 한솔아. 귀환 일정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 ……. 그게. …….

 

 

 

윤정한은 눈을 감았다.

 

 

 

 

 

 

 

STS-9472 미션의 승무원 7인 전체 생사 불명. 마지막 교신 신호는 지구 진입 요청 이후의 긴급 조난 신호. 예상되는 조난 이유는 발사 시 떨어진 절연체로 인해 발생한 선체 결함. 생존 확률은 제로에 가까운 근사치. 승무원 가족들에게는 귀환 일정이 늦어졌으며 우주선에서 일방적으로 교신이 끊겼다고 보고할 것.

 

 

 

NASA의 일방적인 통보식 공지 내용에, 윤정한은 해군 시절 홍지수에게 미션 스페셜리스트 오퍼를 건넨 장군의 오피스로 달려가고 싶었다. 개자식. 발사 시에 결함이 생겼다면, 그걸 한시라도 빨리 크루들에게 공지를 했다면, 하다못해 지구 귀환 명령을 내렸다면, 의료 담당 승무원이 있었다면, 홍지수는 지금 내 곁에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귀환한 홍지수에게 먹히지 않을 투정을 부리고, 핑계 삼아 혀도 섞고 몸도 섞고. 홍지수가 돌아왔다면. 가정형으로 귀결되는 문장들은 윤정한의 머리를 새카맣게 태웠다.

 

 

 

윤정한이 다시 제대로 정신을 차렸을 즈음에는 지아가 제 손을 붙잡고 울고 있을 때였다. 눈앞에 있는 건 재수 없는 눈을 장착하고 자신에게 조의를 표한다는 말을 지껄이는 홍지수에게 우주 비행 미션 오퍼를 권한장군이었다. 꼴에 고상해 보이려는 듯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고 있는. 윤정한은 울고 있는 지아를 안아 들고 오피스를 나왔다.

 

 

 

 

 

 

 

윤정한은 정상인 듯 비정상인 듯 모르게 살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칼조네를 싱크대에 처박아 두었고, 지아를 등원시키고, 울고, 홍지수의 물건을 죄다 한 방에 집어넣고 문을 잠가 두었다. 언제 퍼졌을지 모를 소식에 울리는 핸드폰에 홍지수를 제외한 알림을 다 꺼 두었고, 저녁 장을 보고, 지아를 하원 시키고, 아빠가 보고 싶다는 지아에게 저녁을 해 주고 만화 영화를 보며 지아의 눈을 감겼다. 그리고 또 죽으려는 것 마냥 마지막 영상통화 기록을 초점 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살았다, 윤정한은.

 

 

 

 

 

 

 

윤정한의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건 며칠 후 보직 해임 명령서를 가져온 해군의 사무원이었고, 그다음은 승관이었다. , 집 꼴이 이게 뭐야. 그래도 지아는 잘 있는 거 같네……. , 소식은 들었어. 많이 힘들면 한국으로 들어와. 아주머니도 걱정하시더라. 총알처럼 쏟아지는 걱정 스민 잔소리에도 윤정한은 대답 하나 없이 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다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승관아, 지아 좀 네가 맡아 줘.

 

 

 

그게 무슨 말이야? , ! 무슨 말인지는 말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승관아, 부탁할게. 지아 짐은 정리해서 이번 주 안으로 보내 줄게.

 

, 윤정한! 뭐라는 거야. 윤정한!

 

 

 

윤정한은 그렇게 문을 다시 닫았다. 제 공간에서 지아를 다시 정리해냈고, 웃는 낯으로 승관에게 지아를 안겨 주었다. 지아야~ 아빠가 잠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승관이 삼촌이랑 잠깐만 지내고 있어. 알겠지? . ㅎㅎ 우리 지아 착하다. 아빠 보고 싶으면 전화하고. 아빠 전화번호 알지? 아빠 전화 안 받으면 승관이 삼촌한테 물어보고. 릴리랑 열고 싶다고 했던 생일 파티는 승관이 삼촌이 아빠 대신 열어 줄 거야.

 

 

 

지아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 승관의 어깨에 지아의 짐들을 걸어 주었다. 이건 지아 애착 인형, 이건 지아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튬, 이건……. 장황한 설명을 끝내고, 윤정한은 그저 승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지아에게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들어갔다. 지수가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하겠다. 싶은 마음에 그냥 이불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지수야. 지수야. 보고 싶어.

 

 

 

 

 

 

 

 

 

 

 

 

 

그러고 일 년이 지났다. 지아는 지수 아빠도 정한 아빠도 용케 잊지 않고 아버지의 날에도, 성탄절에도, 홍지수의 생일에도, 윤정한의 생일에도, 자신의 생일에도 카드를 보내고 윤정한을 찾아왔다. 지아는 아무래도 지수를 닮은 건지, 꼴이 말이 아닌 윤정한물론, 최대한으로 챙겨 입고 가도 윤정한의 기색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던 탓이 있었다.을 항상 다 이해한다는 눈으로 보고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하곤 했다.

 

 

 

아빠가 미안해, 지아야. 아빠가……. 윤정한은 이따금 지아를 밤에 재우며 고해성사를 했다. 홍지수에게도 지아에게도 닿지 못할 해 묵은 고백들을 쏟아냈다. 그런 밤이면 홍지수가 제 머릿속을 어지럽혀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윤정한은 다정한 홍지수의 환영을 끌어안고 밤을 지새우곤 했다.

 

 

 

윤정한은 홍지수가 없는 일 년 동안 우주에서의 인간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첫 반년은 죽은 듯이 살았고, 나머지 반년은 연구만 하고 살았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건 승관과 한솔이었다. 한솔은 본인의 선배가 저 꼴로 산다는 것에 연민이 들었을 것이고, 승관은…… 한솔과 별다르지 않은 이유였을 것이다. 나름 형제처럼 자랐으니까. 아무튼, 윤정한은 그렇게 살았다. 세상과 단절된 폐인. 애초에 연결된 것은 홍지수밖에 없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윤정한은.

 

 

 

 

 

 

 

윤정한이 ISS 엑스퍼디션 59의 메디컬 치프 겸 연구원으로 발탁된 것은 그해 말의 일이었다. 듣기만 해도 환멸이 나는 우주에 가게 된 것이다, 윤정한이.

 

 

 

윤정한은 제안을 수락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수를 죽인 우주에 가서 죽을 생각이 아닌 이상, 우주에 제 발로 가서 그 높으신 분들 좋을 노릇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정한이 우주로 가게 된 것은 승관과 한솔의 제안 때문이었다. 형 힘들 텐데, 이렇게 살다가는 죽는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그 사건을 조사한 조사팀이 ISS를 거쳐올 텐데, 그 팀을 응대할 크루 진이 지금 모집하는 엑스퍼디션 59라고. 그래서 가기로 했다, 우주로.

 

 

 

윤정한은 강도 높은 훈련도 다 이겨냈다. 지아를 보는 날이 줄어들어도 버텨냈다. 우주복을 입고 승선 날짜가 정해진 날에는 그날의 홍지수가 생각나서 메마른 눈가에 눈물이 고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윤정한은 그렇게 이례적인 근무 기간이 배당된 엑스퍼디션 59의 메디컬 치프가 됐다.

 

 

 

 

 

 

 

미션 넘버 STS-9472의 사고 원인은 발사 시 선체에 발생한 결함이 비행 기간 동안 악화함에 따라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메디컬 치프니까 저 재수 없는 입을 한 대 치고 내가 치료해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동안 했다. 물론 실행도 전에 한솔에게 붙잡히고 말았지만.

 

 

 

선체에 존재할 의의를 잃은 윤정한은 연구도 직무도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이러면 다시 지구로 귀환시킬까도 싶었지만, 이 무지막지한 높으신 분들은 윤정한 하나 다시 데려오는 데에 돈 안 쓰고 직무 불복종으로 감방에 넣을 생각인 듯싶었다. 그 결과로, 윤정한은 지아를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직무를 이행해야 했다.

 

 

 

그렇게 삼 개월, 엑스퍼디션 59의 귀환 날짜가 잡혔다. 이제 지긋지긋한 우주 식량도 안 먹어도 되고, 끝없는 어둠만 주시하고 있을 필요도 없고, 지아도 볼 수 있을 텐데, 윤정한은 마음 한 켠이 시렸다. 홍지수가 있는 외계 행성은 저기 빛나는 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어쩌면 너는 거기서 길을 잃은 채로 끝없는 우주에서 길을 찾아 유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그곳으로 가면 홍지수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홍지수가 아니라, 홍지수의 옷 소매라도,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그저 무엇이라도 온전히 홍지수의 것이었던 무언가가 남아있으면 했다. 지구에 남은 것들은 다 홍지수를 잃어가는데 난 여전히 그대로 남아 너를 사랑하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너를 구성하고 있던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우주복을 입고 나가면 내가 터져버리기 전에 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윤정한은 눈을 감았다.

 

 

 

 

 

 

 

 

 

 

 

지수야.

 

 

 

 

 

 

 

지수야.

 

 

 

 

 

 

 

홍지수. 거긴 어때? 오늘이 그 행성의 공전주기의 딱 백 주년 되는 날이래. 너는 그 행성을 따라 공전하고 있을까. 나는 우주에 있어. 내가 우주에 갈 일은 네가 그렇게 되고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네, . 지아는 승관이랑 지내고 있어. 타박할 생각 말고 들어. 네가 가고 지아를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았어. 웃는 것도 성격도 너를 닮아서. 그래도, 지구로 돌아가면 내가 다시 키울 작정이야. 일단, 집 먼저 치우고. ㅎㅎ 아무튼, 지아는 벌써 여섯 살이야. 이젠 자기 머리 묶을 줄도 안다고, 승관이 머리로 작품을 만드는 모양이야. 근데 손재주는 너를 닮았는지 요즘엔 곧잘 묶는 것 같아.

 

 

 

지수야.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해. 우리가 군에 안 들어갔으면, 네가 우주에 가지 않았으면, 너는 한창 잘나가는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난 카페를 열었을 거야. 작은 카페를 열어서, 지아랑, 너랑,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아침엔 네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고, 저녁엔 내가 뭐라도 하려고 하다가 너한테 주방을 넘기겠지. 그럼 지아랑 나는 네 요리하는 모습 구경하면서 장난을 치지 않았을까.

 

 

 

나는 곧 지구로 돌아가. 지수야, 나는 아직도 네가 우주 어딘가에서 유영하고 있다고 믿어. 거기서 나를 찾고 있기를 바랄게. 다른 사람을 찾고 있는 건 아니지? ㅎㅎ 지수야, 보고 싶어. 지수야, 지수야, 지수야, 홍지수, 조슈아. 보고 싶어. 네가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우주복을 입고 억겁의 시간을 아무것도 못 먹고 못 하면서 무력한 채로 떠다녀야 한다고 하더라도 난 널 되찾고 싶어.

 

 

 

지수야, 보고 싶어. 사랑해. 왜 돌아오지 않아?

 

 

 

 

 

 

 

 

 

 

 

윤정한은 눈을 떴다. 다시. 이번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광활한 암흑이 전부였다.

 

 

 

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한아, 이제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