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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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신화 프로젝트

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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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우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은하수에서 미(美)의 신이 탄생했다. 미의 신은 다른 신들 가운데 뛰어난 지혜로 신계를 장악할 수도 있었지만 타고나길 통치와 관련이 멀어 그의 아름다운 미모에 걸맞은 그 만의 화려한 은하수 속에서 나태를 즐겼다. 우주 속 수축과 붕괴를 일으키며 탄생한 무수한 별들 중 하나에 물이 생기고 공기가 생겨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까지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토록 나태하던 그가 가만히 은하수에 누워있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간계의 작은 시골 마을, 가장 작은 오두막집에서 남들보다 유독 작게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온 마을을 울린 그날 밤 이후로 말이다.

 

 

 

 

 

 

 

 

 

"참 사랑스럽지."

 

 

 

미의 신이 눈에서 꿀을 뚝뚝 떨어뜨리며 바라보는 것은 이부자리에 누워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이는 갓난 아기였다. 왜 이 생명체인가 하는 의문은 신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저 미의 신은 그 생명체를 보며 즐거웠고, 그 생명체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으며, 이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관장하는 모든 지혜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축복을 그 생명체에게 부어주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더욱 지혜로워지고 더욱 사랑스러워지렴, 나의 아이야. 그 축복에 걸맞게 아기는 자랄수록 지혜롭고 아름다우며, 고귀한 분위기를 풍겨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는 너무나도 연약해 금방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졌다. 청년의 시기를 앞에 두고 기침을 토해내는 아이를 바라보며 미의 신은 안타까워하며 병중에도 매끄러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다음에 태어나면 좀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나길. 미의 신은 자신이 건강을 관장하지 않으면서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바람이 무색하게도 미의 신이 사랑하는 아이는 매 생 스치듯 짧은 삶을 살았다. 이 생에서는 허무한 사고로, 저 생에서는 누군가의 악의로, 또 다른 생에서는 집단으로, 그다음 생에서는 전투의 희생양으로. 전쟁터에 누워 숨을 헐떡이며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를 마주 보던 미의 신은 아이의 얼굴에 묻은 피를 자신의 입술로 닦아내며 속삭였다.

 

 

 

 

 

아프지 말렴, 아프지 말아. 평안하게 눈을 감고 떠나. 다음에는 나무가 되자, 꽃도 좋아. 내가 비의 신에게 부탁해서 부족하지 않게 비를 내리게 해줄게.

 

 

 

 

 

아이는 들리지 않는 소리에 반응하듯 잠시 색색 숨을 고르다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 후 더는 아이를 방관할 수 없었던 미의 신은 운명의 신을 찾아갔다. 은둔해있던 운명의 신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보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 아이의 운명의 실을 보여 달라는 미의 신의 부탁에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그 누구도 가장 아름다운 존재에게 미움 받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실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으므로 운명의 신은 대신 한 가지 충고를 했다.

 

 

 

 

 

"이 생명은 애초에 실이 너무 얇아 불안정한 운명으로 타고났습니다. 하지만..."

 

 

 

 

 

미의 신의 축복은 인간에게 오히려 독이었다. 그의 축복은 꽃을 피워내고, 물을 샘솟게도 만들지만,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과분한 사랑인 것이다. 그의 축복이 아니었어도 애초에 너무 얇은 운명의 실을 타고 난 아이였지만 미의 신이 쏟아부은 축복은 그 얇은 실을 날붙이 위에 올려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미의 신은 절망과 죄책감에 휩싸여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오랜 기간 동안 꽃은 생기를 잃었고, 하늘은 화창하지 않았으며 인간은 지혜와 사랑을 잃은 채 인종별로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정복하고 지배하기 위해 무수한 전쟁을 치렀다. 그럼에도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흘러갔다. 많은 국가가 세워지고, 또 다양한 이유로 많은 국가가 사라지고, 대륙이 갈라지고 흩어지고 사라져갔다. 그렇게 100년이 지날 무렵 미의 신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햇살처럼 반짝였던 머리가 새까맣게 물든 채 나타난 그는 먼 치에서 가만히 아이를 바라봤다.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 지나며 아이는 꽃으로도, 나비로도 그리고 나무로도 태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굳건히 선 대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나무 숲은 한순간에 시들어 숨을 거뒀다. 그 임종의 순간을 지켜보던 미의 신은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몇백년간 얼굴을 통 비추지 않던 그의 등장에 웅성거리는 신들에게 미의 신이 대뜸 선포했다.

 

 

 

 

 

"나 인간계 갔다 올게! 우리 애가 이번 생에 태어나면 할아버지 돼서 땅에 묻힐 때까지 지켜보고 올 거야."

 

 

 

 

 

그 선포는 위엄 넘치는 얼굴과는 대비되게 조금 가벼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형제와 다름없는 신들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뜯어말렸지만 미의 신은 마냥 해맑았다. 운명의 실 같은 게 얇으면 내가 직접 지켜내면 되는 거잖아! 방법은 지금부터 찾아보지 뭐! 바야흐로 미의 신의 우리 아이 지켜내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로맨스 신화 프로젝트

 

w.도게

 

 

 

 

 

 

 

 

 

 

 

 

 

아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그는 홍지수라는 이름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났다. 맞벌이 가정이어서 아기 때부터 혼자였고,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으로 이 집 저 집을 오가느라 나라까지 바꿔가며 키워졌지만, 아름다운 얼굴에 버금가는 티 없이 맑은 성품으로 성인을 맞이했다. 그걸 인간의 몸으로 내려와 처음부터 지켜봐 온 미의 신은 아이가 웃음기 없는 눈으로, 아니 환멸에 가까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큰 충격을 바라봤다. 우리 아이가 이런 표정을 짓다니...!

 

 

 

 

 

"진짜인데 왜 안 믿어주지..."

 

"모르는 사람이 길에서 그런 말을 하면 전도하려던 사이비들도 다 도망갈 거 같아요."

 

 

 

 

 

항상 미소를 띠던 얼굴이 경직된 걸 보며 미의 신은 인간계로 몸을 들이기 전 다른 신들이 한 충고들을 떠올렸다. 아이와 같은 인간처럼 행동해서 천천히 다가가는 게 좋을 거다, 요즘 인간들은 강퍅해서 대뜸 신이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지만 새삼 친해지기에 미의 신에게 아이는 이미 너무나 각별한 존재였다. 그래서 다짜고짜 저녁을 먹고 있는 아이의 앞에 뿅 하고 나타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줄줄 읊어댄 것이다. 대충 아름다운 걸로 어떻게 안 되나? 신계에서 보고 있을 신들의 어처구니 없는 눈빛이 느껴지는 건 애써 무시했다.

 

 

 

 

 

"아무튼 나는 너랑 같이 여기서 지내야겠어. 잘 부탁해, 슈지야."

 

"역시 잘못 찾아오신 거 같아요. 저는 홍지수인데요."

 

"아 그래 맞아~ 여기선 지수지, 알아. 근데 원래 이름은 조슈아, 지수, 홍이잖아."

 

 

 

 

 

여권 속 이름 여섯 글자를 떠올리며 잠시 소름이 돋은 지수는 정한을 의심쩍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웃는 얼굴이 눈부시게 아름답기까지 하니 지수는 그를 쫒아낼 생각도 못하고 먹던 라면을 마저 집어 올렸다. 지수도 원체 눈에 유독 띄는 얼굴이어서 그런지 ‘도를 아십니까’부터 ‘여호와 어머니교’까지, 길 다닐 때마다 수도 없이 들러붙었던지라 익숙해져 있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자기가 직접 신이라 주장한 적도, 이렇게 불쑥 집까지 찾아온 적은 없었지만... 아, 혹시 몰몬교? 이렇게 처음에는 남의 집에 빌붙으면서 시작하는 건가? ...근데 저 사람 묘하게 붕 떠있지 않나? 심리적으로 말고 물리적으로, 발이 땅바닥에서 3센티 정도?

 

 

 

 

 

"신이어서 그렇다니까. 지금은 인간의 몸으로 있느라 이 정도지,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제가 종교가 있는데, 이런 종류의 신은 아니었거든요. 좀 더 거룩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아, 나 안 거룩해 보여?"

 

 

 

 

 

지나치게 아름다운 얼굴이 시무룩해지는 걸 보면서 여전히 거룩하다 느껴지진 않았지만 괜한 죄책감이 생겼다. 그게 비록 꾸며낸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름다움이란 강하고 인간은 시각이란 감각 앞에 무너져버리는 나약한 존재니까. 그래서 지수는 예의상 이름을 물었다. 저게 신인지 뭔지 이름을 알아야 믿든 말든 할 테니 말이다.

 

 

 

 

 

"이름이 혹시 뭐예요?...아프로디테? 페르세포네?"

 

"에이, 너 그런 거 안 믿잖아? 음, 인간의 입으로는 내 이름을 부를 수 없어서 나도 여기 식으로 이름을 생각해봤거든."

 

“아 그러시구나...”

 

“윤정한이라고 불러. 애정 가득 담아서 불러야 천벌 안 받으니까 조심하구."

 

 

 

 

 

윤정한이라는 이름이 된 미의 신은 그날 이후로 지수의 객식구가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가끔은 같이 산책하고, 항상 옆에서 잠들었다. 정한은 지수를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지수라고 불렀다가, 슈아라고 불렀다가 가끔은 슈지라고도 불렀다. 지수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는 정한만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었다. 인간의 몸은 피곤하고 힘들어. 정한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지수는 적절한 반응을 찾지 못하고 그저 하하 웃었다. 물리적으로 떠다니는 걸 본 이상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믿겠지만, 신이라는 건 아무래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려웠다. 나 믿음 좋은 줄 알았는데 아녔나 봐.

 

 

 

 

 

그도 그럴게 정신차려보니 같이 살게 된 윤정한은 거룩한 신을 떠올리기에 상당히 골 때리는 인간이었다. (아 맞다, 신이었다.) 유치한 장난을 시도 때도 없이 쳤으며, 전지전능은커녕 요리도 못 해서 계란후라이를 발암물질로 만들지를 않나, 그런 주제에 얼굴은 잘나서 길을 걸을 때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이 꼬여 모자를 눌러 쓰지 않으면 같이 걷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 그래도 그건 괜찮았다. 가장 큰 문제는 스킨십에 선이 없다는 거였다. 사소한 얘기를 할 때도 팔을 지분거리는 건 기본이고 귀를 만지작거리지를 않나, 어떨 때는 허벅지에 드러눕거나 허리께를 쓰다듬었다. 그 어떠한 고정관념이나 특정한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아 자유분방한 신계를 알 턱이 없는 지수는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정한은 지수에게 낯간지러운 말도 퍽 잘했다. 사랑스럽다는 말은 아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또 like보다 love는 오히려 사심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정한이 항상 외치는 사랑은 그 방향을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태평한 정한은 잘 준비를 마친 지수의 옆에 누워 배를 토닥이며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대부분 지수가 유독 하루가 길게 느껴져 돌아오자마자 지친 몸을 침대에 파묻는 날이었다. 그 내용은 신화 속에서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주인공을 홍지수로 꾸며낸 동화 같기도 했다.

 

 

 

 

 

너는 이름이 다르고 태어난 곳이 달라도 항상 사랑을 받는 존재였어. 네 눈은 몇 번이고 변함없이 맑고 깊어서 내가 가장 좋아해.

 

 

 

내가 인간한테 화를 낸 건 한 세 번이었던 거 같아. 그중에서도 어린 너를 전장으로 내몰았던 인간들이 살던 마을은 그때 이후로 지도상에서 없애버렸는데, 역사책 찾아보면 나올 걸.

 

 

 

한 번은 꽃으로 태어났었는데 하필 꽃이어도 노란 튤립으로 태어난 거야. 튤립은 한 계절에 한번 피고 나면 그 이후로는 영영 시들어 다시 피어나지 않거든. 그때 네가 피자마자 슬퍼서 진짜 많이 울었어.

 

 

 

 

 

정한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생생한 감정이 묻어 나와서, 지수는 어느 날 밤 무거운 눈꺼풀을 느리게 깜박이며 생각했다. 어쩌면 윤정한은 정말 신이 아닐까, 하고. 미의 신이라는 명칭은 정한에게 너무 잘 어울리기도 했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정한이 지수의 곁에 있는 건 점점 당연해졌다. 항상 혼자였던 게 당연했던 지수가 밤늦게 과외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을 정한이 함께 하는 것이 어느샌가 익숙해진 것이다. 그럴수록 지수는 헤아리기 어려운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애써 묻어두었던 알고자 하는 욕망이 점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홍지수는 점점 윤정한의 가족에 대해 알고 싶고, 고향에 대해 알고 싶고, 이 관계에 대해 정확히 정의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윤정한은 홍지수를 항상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답해주지 않았다. 그야 그는 신이었기에 고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가족은 두루뭉술한 것이었으며, 정한의 사랑은 감히 헤아리고 정의내릴 수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수는 옷장 속에 꼭꼭 감춰두었던 감정이 새어나올 수밖에 없어 며칠 밤을 새우며 괴로워했다.

 

 

 

 

 

작은 머리로 너무 많은 고민을 해서일까, 며칠을 고열에 시달렸다. 병원에 가지 않아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었지만 모아니면 도랬다고 지수는 이게 상사병 아니면 화병일 거라고 생각했다.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버린 판도라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판도라처럼 열어선 안 되는 상자를 함부로 열려고 했던 벌을 받는 게 아닐까, 고열 탓에 별생각이 다 들었다. 끙끙거리는 걸 보던 정한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수의 가슴팍에 귀를 대었다. 지수는 보통 이럴 때는 이마를 짚어보지 않나 싶었지만 정한은 곧 원인을 파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지수야, 심장이 아파해. 방식은 허술했지만 정확한 진단에 지수가 실소를 흘렸다.

 

 

 

 

 

"정한아, 그거 다 너 때문이야."

 

"나 때문에?"

 

"네가 내 마음 갖고 장난치니까. 그래서 아픈 거야."

 

 

 

 

 

지수가 열로 오락가락하는 마당에 웃음을 띠며 농담인 척 가볍게 던진 얘기에 정한의 얼굴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얘는 왜 이럴 땐 장난을 구분 못 해. 조금 머쓱해진 지수가 너스레를 떨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더는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한 건 고개를 푹 떨군 정한 때문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나 때문에 아파. 정한이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파묻자 놀란 지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손을 붙잡은 정한의 얼굴이 창백했다.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가 마치 우주 같았다.

 

 

 

 

 

“나는 네 마음 가지고는 한 번도 장난친 적 없어, 지수야. 내 마음을 믿지 않는 건 너잖아.”

 

 

 

 

 

그렇다. 지수는 정한의 마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타고난 외모와 성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번번이 호감을 품는 대상은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하물며 정한은 남자인데다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며, 궁금한 사실에는 정작 입을 닫았다. 숨을 가쁘게 색색 대던 지수가 심장이 묻혀 있을 가슴께를 쓸어내렸다. 차라리 정말 네가 신이어서 나를 오래전부터 봐왔다면, 그 마음이 도저히 주체가 안 돼서 나를 만나러 온 거라면 좋겠어. 지수는 처음 정한을 만날 때부터 쭉 의아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물었다. 왜 나야? 많은 의미가 내포된 물음에 정한이 짧게 생각 하다 입을 열었다.

 

 

 

 

 

"......글쎄, 나한테 사랑은 태초부터 너였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 정한은 지수의 얼굴을 매만졌다. 손길 하나하나가 무엇 하나라도 깨어질까 조심스럽고 세심했다. 신기하게도 정한의 손이 닿자 마치 앓던 병이 씻겨 내려가듯 열이 점차 가라앉는 것 같았다. 슬며시 눈을 떠 마주 본 윤정한(尹淨漢)의 눈 속에는 은하수가 떠 있었다. 지수가 멍하니 자신의 눈을 바라보자 정한은 두 손을 모아 자신의 얼굴에 대고 눈을 깜박였다. 그러자 두 손 가득 피어난 작고 새까만 우주 속에 띄워진 은하수가 빛을 내며 일렁였다. 정한은 그걸 지수의 손에 흘려보냈다. 지수는 제 두 손안에서 반짝이는 은하수를 바라보다 멍하니 중얼거렸다. 너, 정말 신이었구나.

 

 

 

 

 

“이제는 정말 내가 너를 사랑해서 여기까지 온 걸 믿겠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지수는 부모님의 이혼 후 이 집 저 집 맡아줄 수 있는 곳을 따라다니며 방황했다. 그마저도 안 될 때는 혼자서 하루를 지낸 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어두워져도 혼자인 게 무섭지는 않았다. 지수가 올려다보는 밤하늘에는 언제나 깨끗하고 맑은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을 뿜어내는 도시 한가운데여도, 은하수의 빛이 약해진다는 추운 한겨울이더라도. 그리고 그 은하수가 지금 지수의 손 안에서 존재를 빛내고 있었다.

 

 

 

 

 

“너였어."

 

 

 

 

 

나를 사랑해서 매일 밤을 지켜줬던 나의 은하수. 한순간 모든 의심과 불신은 사라지고 그 안에 확신이 자리 잡았다. 확신을 가진 지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지수는 깊은 욕망에 이끌리듯 정한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정한은 숨을 내어주듯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을 다시 한 번 깊게 머금었다. 마치 은하수 한가운데를 유랑하는 기분이었다.

 

 

 

 

 

-

 

 

 

 

 

 

 

정한은 이불에 싸인 채 나른하게 엎드린 지수의 팔을 쓸어내리다 올려 손등으로 갸름한 턱을 문질렀다. 색색이며 가만히 숨을 고르던 지수는 그 애정 어린 손길에 슬며시 눈을 떴다. 가만히 지수를 들여다보던 정한이 두 손을 한 뼘 정도 벌리더니 크기를 가늠하는 시늉을 했다. 뭐해?

 

 

 

 

 

"내가 너한테 이런... 욕망이 생길 줄은 몰랐어. 난 네가 이렇게 작았을 때부터 봐왔단 말이야."

 

"뭐야, 그래서 후회돼?"

 

"으응, 아니. 좀... 흥분돼?"

 

 

 

 

 

와, 진짜 윤정한. 경악하며 뒤로 물러나는 지수의 등을 두 손을 깍지 끼며 껴안은 정한이 몸을 끌어당겼다. 그러고 보니까 지수 진짜 많이 컸네~ 몸도 단단해지구~ 짐짓 음흉한 미소를 짓던 정한은 진저리치는 지수의 반응에 신나게도 웃었다. 그러고는 지수의 가슴팍에 귀를 대고 눈을 감았다. 아파하던 심장이 이제는 행복해하고 있었다. 뛰는 속도는 조금 많이 빠르긴 하지만 생명다운 활기찬 울림이었다. 정한은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지수는 정한과 20대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매년 지수의 생일마다 함께 케이크를 사서 초를 불었고, 정한의 생일은 알 수 없었기에 지수가 생각해낸 날짜가 곧 정한의 생일이었다. 26살의 생일은 한국을 떠나 지수의 고향인 미국 LA에서 맞이했다. 그때부터 둘은 수많은 곳을 여행했다. 연차를 끌어다 여행을 갈 때마다 정한은 관광지로 유명한 자연경관과 관련된 신화를 지수에게 얘기해주었다. 지수는 그럴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책으로 내야겠다며 자신의 수첩에 받아 적었다.

 

 

 

 

 

정한은 지수와 함께하며 인간은 눈으로만 보던 것 보다 그렇게 연약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세월은 아주 천천히 흐른다는 것도. 특히나 지수는 그 천천히 흐르는 세월을 음미하듯 살아가는 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이었다. 가끔 나란히 침대에 누워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볼 때면 그는 자신의 전생들이 정한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떤 생이었든지 자신은 정한을 알았다면 몇 번으로 사랑했을 거라는 낯간지러운 말도 곧 잘했다. 그럴 때마다 정한은 마치 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심장이 거세게 울리고 혈관이 확장되며 피부가 붉어지는 인간이. 그리고 조금 슬퍼졌다. 신은 결코 인간이 될 수 없었고, 인간이 아닌 정한에게 지수와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은 것이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지수는 서른 살을 앞에 두고 있었다. 지수의 나이에 괜히 저가 울적해진 정한을 달래기 위해 단골 커피바에서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랜드 파크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수는 주저 없이 정한의 손을 잡고 앞서 걸었다. 그런데 한순간 정한의 손을 놓쳤다. 아니, 놓쳤다기엔 한 손 가득 쥔 모래가 스쳐 내려가듯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정한은 자신을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멍하니 제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한아! 지수가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자 정신을 차린 정한이 그 등을 감싸고 빠르게 인파를 헤치며 걸었다. 그 얼굴에 불안감이 스쳐있어 정한의 몸을 살폈다. 그런데 지수의 팔을 붙잡은 손이 흐릿했다.

 

 

 

 

 

"윤정한, 너 손 왜 이래?"

 

"......"

 

"왜 이러냐고!"

 

"...존귀가 흐려졌어. 인간 모습을 유지할 권능이 사라지고 있는 거야."

 

 

 

 

 

그 어떤 신도 운명을 함부로 바꿀 수는 없다. 비록 태초의 신이라도 말이다. 원래 운명대로라면 스무 살이던 지수의 머리에서 열이 끓던 그날, 그는 스물한 살이 되기 전 새벽 내내 열에 시달리다 홀로 잠든 방에서 숨을 거둘 운명이었다. 그러나 정한은 생명을 거두러 온 자들로부터 지수를 은하수 속으로 숨겨냈다. 더군다나 그 날 정한은 지수에게 자신의 본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인간에게 신의 형상을 보여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권능을 되찾으려면 재판을 담당하는 신에게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형벌을 감당해야 했다. 100년이 될지 200년이 될지 모르는 긴 시간 동안 정한은 무(無)에서 홀로 죄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정한은 금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혹여라도 지수가 죄책감을 갖고 살아갈까 두려웠다.

 

 

 

 

 

정한의 얘기를 들은 지수는 한참을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퉁퉁 부은 얼굴로 나와 평소보다 조금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포장해 온 시카고 피자도 마다하고 침대에 누운 지수의 얼굴이 피곤에 젖어있었다. 정한은 괜히 지수의 눈코입을 쿡쿡 누르며 장난을 쳤다. 지수가 그 손을 쳐내지 않고 가만히 있자 슬그머니 말을 걸었다.

 

 

 

 

 

"지수야, 네가 왜 유독 인중이 깊은지 알아? 너 애기일 때 내가 매번 놀아주러 갔다가 돌아올 땐 비밀이라고 손가락으로 여길 꾸욱 눌러서 그래."

 

 

 

 

 

그렇게 말한 정한이 검지로 지수의 입술과 함께 인중을 꾸욱 눌렀다. 진짜 윤정한 거짓말하지 마. 피식 웃은 지수가 베개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자 정한이 얼굴에 가져갔던 손을 슬슬 내려 지수의 손을 지분거렸다.

 

 

 

 

 

"진짜야, 이렇게 손이 큰 이유도 너 부자 되라고 축복을 엄청 불어줘서 그런거야. 번영의 신이 진짜 까다로워서 내가 오만 땡깡 피워가면서 졸랐거든?"

 

"참나."

 

 

 

 

 

지수는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어느새 얼굴을 내밀고 눈이 휘어지게 웃고 있었다. 정한은 그런 지수의 볼을 문지르며 함께 웃었다. 이 입꼬리는 내가 만진 적도 없는데 혼자 예쁘게 타고 났어. 눈도, 아 코도. 지수는 그 말에 이불을 끌어 올려 얼굴을 덮고는 정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에는 품에 기대오는 정한을 안아주던 지수가 그러는 건 드문 일이어서 정한도 그 어리광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그 넓은 등을 작게 토닥거리던 정한이 잠시 뜸을 들였다.

 

 

 

 

 

"지수야, 100년은 나한테 아주 아주 짧아. 어쩔 땐 눈만 감았다가 떠도 지나있는 시간인 걸."

 

“......”

 

"그런데 너는 어떡하지."

 

 

 

 

 

지수는 한 번 죽음에서 벗어난 존재가 된 이상 수명이 곱절로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남들보다 더욱 더디게 늙어갈 것이다. 한 곳에 정착할 수 없고 누군가와 깊게 교류하지 못한 채 살아가며, 평범하지 않은 삶 때문에 나를 원망할 날이 오겠지. 하지만 정한은 이기적일지라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런 정한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지수는 담담한 눈으로 정한을 바라보았다.

 

 

 

 

 

“나한테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은하수를 보면 널 볼 수 있는 거잖아.”

 

“......”

 

"그래서 난 오히려 네가 날 볼 수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을 게 걱정돼. 아무리 그 시간이 짧다 해도 정한이 너는 외로움을 잘 타잖아."

 

 

 

 

 

정한은 한 번 더 지수의 아름다운 강함을 실감했다. 어쩌면 지수는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바뀐 운명에 최선을 다하여 잘 살아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작디작은 인간을 향해 생겨났다. 신을 가엽게 여길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미의 신은 이 오만한 인간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태초부터 정해진 이 사랑은 몇 번의 형벌을 받는다 해도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한은 지수를 품 한가득 끌어안았다.

 

 

 

 

 

지수가 서른 살이 되는 생일, 지수는 다음 여행을 위해 아껴뒀던 연차를 쓰고 지수는 온종일 정한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밤새도록 엉겨 붙느라 부족한 잠을 채우고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대충 식사를 때우고 소파에 누워 오래 묵혀놓은 취향의 영화를 봤다. 날이 저물자 단골 식당인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밤이 늦도록 단골 커피바에서 얘기를 나눴다. 평소라면 남들이 들을까 눈치를 보던 얘기도, 스킨십도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베이커리를 들려 몇 없는 케이크 사이에 운 좋게 남아있는 당근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아 천천히 씻고 서로의 머리를 말려주고는 나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귀여운 당근 모양 생크림이 데코 되어 있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순간 초에 불이 붙음과 함께 정한의 머리카락에 금빛이 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걸 정한은 순간 체감했다. 둘은 조금 웃기지만 지수의 동심으로 돌아가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로 했다. 근데 나는 누구한테 소원을 빌어야 하는 거야? 너 재판할 신한테나 한번 빌어봐. 지금 빌면 정상 참작해 주려나. 한참 농담 따먹기를 하다 정한이 먼저 소원을 빈 다음 지수가 빌고 초를 불기로 했다.

 

 

 

 

 

"우리 지수, 외롭지 않고 시간이 빨리 가게 해주세요."

 

"...정한이도 외롭지 않고 시간이 빠알리 가게 해주세요."

 

"너 왜 내 소원 따라 해."

 

"아, 너도 맨날 나 따라 하잖아."

 

 

 

 

 

정한이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소원은 무효야, 너 빨리 네 소원 정해서 다시 빌어. 지수는 눈썹까지 찌푸려가며 잠시 고민하다 눈을 감고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고민한 시간에 비해 소원은 짧았다. 정한이랑 꼭,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어렵사리 조그맣게 내뱉은 소원에 맞은편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났다. 무어라 하기도 전에 정한이 꾹 감긴 지수의 눈두덩이에 입을 맞췄다. 지수야, 사랑해.

 

 

 

 

 

순간 훅 하고 분 바람이 초를 꺼뜨렸다. 이전에 싸운 전적이 있어 꼭 초는 생일인 사람이 불기로 한 약속을 또 어긴 정한의 장난에 지수가 웃으며 눈을 떴다. 야, 윤정한... 그러나 핀잔은 끝을 맺을 수 없었다. 정한이 사라진 생일 케이크 너머에는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만이 맴돌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맞은편을 바라보던 지수는 황급히 발코니로 달려 나가 하늘을 바라봤다. 무수한 별로 이루어진 은하수가 흐릿하게나마 빛을 내며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은하수는 마치 눈물을 뚝뚝 흘리듯 이따금씩 별똥별을 떨어뜨렸다. 지수는 그 자리에 서서 별똥별이 그칠 때까지 한참을, 한참 동안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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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시골 동네에 젊은 청년이 홀로 이사 왔다. 그는 아이를 다루는 게 익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은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동네 어른들도 눈에 띄는 미모에 고운 성품을 가진 청년에게 호기심을 갖고 저런 청년이 왜 이런 촌동네에 오게 됐나 의아해했지만 그는 그저 이런 집에서 사는 게 로망이었다는 시시한 대답을 늘어놓곤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청년은 아이들 중에서도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한 아이를 특히나 아꼈다. 가끔 그 아이에게는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생생한 감정이 묻어 나와서 마치 직접 겪은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신과 인간의 이야기였지만 결국 헤어져버린 둘의 결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아파 울고는 했다. 청년은 그럴 때마다 당황해하며 아이를 달래면서도 다른 결말을 지어내지는 않았다. 그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울려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 겨울날도 아이는 새벽 일찍 장사를 나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자신을 돌봐 줄 청년의 집에 가기 위해 목도리를 둘러매고 집을 나섰다. 그 밤은 유독 춥고 어두워 아이는 괜히 한 번 할머니의 손을 세게 고쳐 잡았다. 밤하늘엔 별이 무수히 많았다. 별들이 경이로울 만큼 환하게 빛을 내며 하늘을 수놓았다. 그 장관에 아이는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가운 공기를 가로질러 도착한 청년의 집은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깨끗했으며 고요했다. 밤만 되면 다락방에 올라 천장에 통유리로 낸 창을 바라보았던 청년을 찾아 아이는 계단을 올랐다. 할머니가 당황하며 잠시 기다려보자고 하는 사이 아이는 고개를 들어 창 너머 하늘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별을 바라보는 아이의 옆에 선 할머니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겨울에 은하수를 다 보고 별일이네. 아이는 그 말에 저 무수한 별들이 하나의 은하수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는 저 은하수 속에 청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그리고 끝이 맺어지지 않은 채였던 신화가 이제야 비로소 행복한 결말을 맺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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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이후 영년 끝에 우주의 은하수에서 사랑의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태초의 사랑으로 인하여 영생을, 지혜로 인하여 권능을 얻은 사랑의 신은 다른 신들의 축복 아래 미의 신 앞에 선다. 혹자는 두 신이 가진 강한 권능을 두려워하기도 했으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둘은 화려한 은하수 속에서 유유자적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사랑을 한다. 우주 속 수축과 붕괴를 일으키며 탄생한 무수한 별들에 물이 생기고 공기가 생겨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까지도.

 

 

 

 

 

 

 

 

 

 

 

 

 

 

 

 

 

 

 

 

 

 

 

 

 

 

 

로맨스 신화(神化) 프로젝트_

 

 

 

 

 

 

 

 

 

 

 

 

 

 

 

 결말로 들어가면서부터 들은 곡 : see you later (10 years) - Jenna R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