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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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星雨

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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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인간들의 욕심이라고 하면, 당연 장수와 재물일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신들에게 항상 빌고 또 빈다. 건강하고 오래 살게 도와 달라거나, 많은 재물을 얻게 해달라거나. 그러나 신들은 이 모든 인간들의 바램을 들어주지 않는다. 들어준다 한들, 직접 나서지 않는다. 소수의 바램을 들어주기 위해 그들의 아이들을 우리 세상으로 보낸다. 이들은 바램을 들어줄 뿐만 아니라, 악한 자들에 대한 벌도 내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존재들을 일컫는 단어들은 수없이 많다. 신화, 전설에서 나온 존재부터 종교적 존재까지 오죽하면 요괴 도감 이라는 책이 나오겠는가.

 

 

 

 “뭐야 왜이렇게 무섭게 나왔어?”

 

 

 

 그리고 서점에서 한 요괴 도감을 들고 있는 남자. 페이지 내용을 보니 한국의 도깨비에 관한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지 책을 덮고 내려놓는다. 하여튼 인간들은 맨날 자기들 바램은 잘만 빌면서, 정작 바램을 들어주는 도깨비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 모른다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서점을 빠져나온다.

 

 

 

 서점을 나와 향하는 곳은 한 저택.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가니 마당에서 화단을 가꾸던 한 노인이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오셨습니까. 나리.”

 

 “웬 꽃이야?”

 

 “나이 먹고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자식들보다 말 잘 듣고, 예쁘고. 그나저나 식사는 하셨습니까?”

 

 “차나 한잔할까 하고 왔네. 한솔이는?”

 

 “고놈 요즘 회사에 있지 않습니까. 걱정입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어? 뭐가 걱정이야. 최 회장 닮아 잘생겨, 똑똑하잖아.”

 

 

 

 남자의 말에 노인은 작게 웃는다. 화단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마주 앉는 둘. 차를 마시며 초봄 오후의 햇살을 느껴본다.

 

 

 

 “이번에 한국 학교에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일부터 수업이네. 아마 한솔이네 학교이지 싶은데?”

 

 

 

 아이고. 남자의 말에 한숨을 내뱉는 노인. 아마 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듯하다. 그런 노인에 걱정이 많은 게 문제라는 남자.

 

 

 

 그렇게 둘은 차를 마시며 시작되는 봄을 기대해 본다.

 

 

 

 

 

 

 

 “앞서 말했듯이 다음 시간까지 각자의 연구를 정해서 오세요. 정하기 어려운 사람은 연락하시고. 이상입니다.”

 

 

 

 첫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남자.

 

 

 

 “교수님! 교수님! 윤정한 교수님!”

 

 

 

 제 연구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들려오는 제 이름에 뒤를 돌아보는 남자.

 

 

 

 “저 질문 하나 괜찮습니까?”

 

 “이름이?”

 

 “아 4학년 홍지수라고 합니다.”

 

 “홍지수 학생. 제가 다음수업 준비를 해야해서, 급한것이 아니라면 메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한의 말에 살짝 당황한듯한 학생이다. 네 그럴게요. 어쩔 수 없이 물러 나는 학생. 정한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제 갈 길을 간다.

 

 

 

 “윤교수!”

 

 

 

 수업을 모두 마치고, 제 할 일을 위해 학교 안을 오가던 정한을 부르는 목소리. 급하게 가던 발걸음을 멈춘 정한은 보이는 얼굴에 인사를 한다. 아무래도 그의 첫출근이 마음에 걸렸나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학과장에 웃으며 대답하는 정한.

 

 

 

 “아 그나저나 조교. 뽑아야지?”

 

 

 

 조교. 뽑아야 한다는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이야기가 나올줄은 몰랐다.

 

 

 

 “제가 담당하는 수업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은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습니다. 제 밑에 들어온 원생도 없고, 꼭 뽑아야 한다면 출석 조교 정도만 안되겠습니까?”

 

 

 

 정한의 이야기를 들어보더니 끄덕이는 학과장. 그건 그래. 정한이 교수들 사이에서 가장 젊고, 초임인지라 전공 수업 외에는 담당하는 수업이 없다. 말했듯이 제 밑의 대학원생도 없어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학기 정도는 적응기간으로 치고, 잘 생각해보라는 학과장에 끄덕이는 정한이다. 

 

 

 

 

 

 “아 삼촌 왜 이제와.”

 

 

 

 집으로 돌아오니 정한을 맞이하는 한 남자. 조카 최한솔이다. 새 학기이고, 제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기 바쁠 텐데 학교를 마치자마자 이쪽으로 온 한솔. 저녁을 같이 먹으러 왔단다.

 

 

 

 “넌 친구 없어?”

 

 

 

 한솔, 정한의 물음에 조금 상처 받은듯하다. 친구야 있기하지만, 회사로 인하여 학교는 잘 안나가지 틈만나면 아버지의 감시가 오지. 제 수고를 좀 알아달라는 한솔. 이 집안에서 제가 제일 힘들다는거 아무도 모르는거 같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친구 없네.”

 

 “아 삼촌!”

 

 

 

 제대로 삐진듯한 한솔이다. 고기 먹을래? 그러나 고기의 유혹에 바로 풀어지는 한솔.

 

 

 

 한솔이 가고 창가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는 정한. 초승달이 밝게 빛나고 목성이 보인다. 변함없는 밤하늘을 본 지도 어연 800년이 넘었다. 변하는 세상과 달리 변하지 않는 하늘. 언제쯤이면 이 밤하늘이 보이지 않을까. 오늘도 대답 없는 하늘에게 물음을 던지고 잠자리에 드는 정한.

 

 

 

 

 

 

 

 

 

 ‘꺄아악!!!!!’

 

 

 

 어두컴컴한 林(수풀 림)에 울려 퍼지는 아이의 비명소리. 이내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깊은 숲에 혼자 걸어 다니는 남자아이의 눈앞에 불빛이 하나 보인다.

 

 

 

 ‘제발 제발 제발…’

 

 

 

 도깨비 불이다. 숲을 지키는 도깨비인지 푸른 빛을 띤다. 눈을 꼬옥 감고 멈춰서는 남자아이.

 

 

 

 ‘무서워하지말거라.’

 

 ‘안 무서워. 안 무서워. 안 무서워.’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는 남자아이에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아이가 귀여운지 이름을 묻는 도깨비.

 

 

 

 ‘홍…홍…홍지수…’

 

 ‘어여쁜 이름을 가졌구나.’

 

 

 

 그런 도깨비의 귀에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지수야! 홍지수!’

 

 ‘도련님! 도련님!’

 

 

 

 한 양반가의 아들인가 보다. 하지만 그들이 이 아이를 찾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이 숲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있다 하여도 여긴 많은 짐승들이 살고 있다. 이 아이를 혼자 두고 가기에도 마음에 걸리는 도깨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기절 시킨다.

 

 

 

 ‘아이를 지켜주시게.’

 

 

 

 딱 봐도 1천 년은 이상 자리를 지킨 나무의 가지에 아이를 눕혀 놓는 도깨비. 그의 부탁에 응한다는 뜻인지 무성한 이파리들이 휘날린다. 그리고 이내 푸른빛을 내뿜으며 나무에게서 멀어진다.

 

 

 

 

 

 

 

 

 

 띠띠띠띠. 아침을 알리는 요란한 알림 소리가 들려온다. 햇살을 느끼며 침대에서 나오는 정한.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들이키곤 정신을 차려본다. 오늘따라 정신이 안 차려지는지 계속 냉수를 들이켠다. 꿈을 꿨다. 아니 꿈이라기보다는 이것은 약 300년 전의 일이다. 숲에서 살 때 한 아이를 구해준 기억이 있다. 그때의 일을 꿈에서 다시 생생하게 보았다.

 

 

 

 아무것도 아니겠지.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의 꿈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날 이후, 아이는 제 부모 곁으로 무사히 돌아간 것을 확인했다.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던 일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상기되는 이유가 있을까. 찝찝한 느낌을 뒤로 한 채 출근 준비를 하는 정한. 제 연구실로 오자마자 메일부터 확인 해본다. 어제 분명히 다 확인하고, 답을 해놓고 간 것으로 아는데 하룻밤 사이 또 엄청나게 쌓인 메일. 차근차근 확인을 해본다. 학생들의 연구 계획서 초안부터, 질문까지 꼼꼼히 확인해보는 정한.

 

 

 

  상담요청입니다.

 

 

 

 처음보는 제목에 물음표를 가지고 내용을 보는 정한. 초임교수에게 상담 요청이라…잘 없는 일인걸로 안다. 상담을 요청한 학생의 이름을 보는 정한.

 

 

 

 은하천문학 전공 4학년 홍지수.

 

 

 

 아 첫날에 질문 있었다고 한 학생이다. 상담 요청까지 하는거 보아하니 가벼운 질문은 아닌듯 하다. 제가 되는 시간을 써서 답장을 보내는 정한. 나머지 메일들도 확인을 하고는 수업을 위해 연구실을 나선다.

 

 

 

 “윤정한 교수님!”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로 가려던 정한을 붙잡는 목소리. 상담 요청을 한 홍지수 학생이다. 답장을 보았다며 정한이 알려준 시간 중 자신이 가능한 시간대에 찾아뵙겠다는 지수. 그렇게 하라는 정한에 감사하다며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정한도 다시 제 갈 길을 가려다 갑자기 멈춰 선다. 홍지수? 이름이 홍지수? 갑자기 떠오르는 지난밤의 꿈, 아니 약 300년 전의 일. 정한은 급하게 제 연구실로 돌아와 홍지수 학생에 대한 정보를 열람한다. 동명이인이겠지. 이 세상에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의자에 기대앉는다.

 

 

 

 인간에게는 네 번의 삶이 주어진다. 그 네번의 삶 모두 같은 모습, 같은 이름으로 태어나기는 힘든 법이다. 하지만, 신이 점지한 자들은 네 번의 삶 모두 같은 모습 또는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다. 정한 또한 그 것을 몇 번 보았다. 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자들은 본 적이 없다. 그저 우연으로 넘겨도 되는 것일까. 생각하면 할 수록 골이 아파오는 느낌이다.

 

 

 

그래도 정한은 그냥 넘겨 보려고 애썼다. 그가 애를 쓰면 쓸수록 그의 꿈자리는 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00년 전의 그 일이, 더욱 선명하게 보여진다. 결국 그 숲을 다시 찾아가보기로 한 정한.

 

 

 

 

 

 “도깨비다!”

 

 “도깨비다! 도깨비가 왔어!”

 

 “도깨비!”

 

 

 

 숲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온갖 짐승들의 소리. 그리고 그가 걷는 주위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짐승들. 정한은 그 때 그 나무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깨비에 숲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듯하다. 많은 짐승들이 그간 숲의 이야기를 해준다. 수많은 짐승들의 소리가 엉켜 알아듣기 힘들지만, 정한은 꿋꿋하게 나무를 찾는다. 그리고 찾은 그때의 그 나무. 그때보다 더 자란듯하다.

 

 

 

 “오랜만일세.”

 

 

 

 나무에 악수라도 하는 듯 손을 대보는 정한. 인사에 답이라도 하는 듯 나뭇가지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아보는 정한.

 

 

 

 

 

 ‘도련님! 찾았습니다! 대감 어른! 도련님 여기 계십니다!’

 

 

 

 정한이 나무에게 부탁한 아이는 다행히 제 부모 곁으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는 정한도 아는 사실. 정한이 알고 싶은 것은 그 아이의 삶이다. 이 나무를 통하여 제가 아는 얼굴의 인간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알 수 있는 정한.

 

 

 

 ‘의원! 의원! 얼른 의원을 불러 오거라!’

 

 

 

 이후, 아이는 고뿔(감기)도 아닌것이 원인 미상의 열로 고생을 하다 결국 20대도 되기 전에 단명을 하였다. 단명한 삶은 첫번째 삶이었다. 아이의 두번째 삶을 보려는 정한. 외국에서 태어났는지, 이국적인 공간과 들려오는 한국어. 아마 혼혈의 집안에서 태어났나 보다. 그러나 이때도 30대에 단명. 당시 나이로썬 짧은 생이었다.

 

 그리고 세번째 삶을 보려는 정한,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큰 나뭇가지 하나가 정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정한. 다시 손을 대고 보려 하였지만, 또 다시 제게 떨어지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들.

 

 

 

 “이럴거야?”

 

 

 

 저를 거부하는 듯한 나무에 조금은 심술이 난듯한 정한. 짐승들 또한 정한이 나무와 소통하는 것을 막는듯하다.

 

 

 

 “더 이상 알아보지마!”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익숙하다. 정한은 울상을 짓는다. 삼신할머니다.

 

 삼신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정한은 물러 날 수밖에 없다. 대체 왜 막는 걸까.

 

 

 

 “아 왜요~”

 

 

 

 앙탈 아닌 앙탈을 부려보는 정한.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 아이 내버려 둬! 안돼!”

 

 “그러면 더 궁금한데요~”

 

 

 

 정한의 앙탈을 받아주지 않는 삼신할머니. 오히려 강한 바람으로 그를 숲에서 내보내려 한다.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정한. 그런 그를 쳐다보는 고라니 한 마리. 정한은 고라니에게 다가간다.

 

 

 

 “삼신할머니가 왜 저러실까?”

 

 

 

 모르겠지만, 숲을 나가는 것이 좋을 거라는 고라니. 정한은 고라니의 머리를 쓰담어 준다.

 

 

 

 “할멈~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나 다음은 못 물러나?”

 

 

 

 능구렁이랑 친구를 맺었나. 조금은 능글거린 말투의 정한에 혀를 내두르는 삼신할머니. 다음은 무슨, 정한이 숲을 나가는 거까지 보고서야 조용해지는 삼신할머니다.

 

 

 

 

 

 

 

-

 

너는 맨발로 걸어와

 

깊은 발자국을 남겼고

 

 

 

너는 빈손으로도

 

내 세상을 가득 채워주었고

 

 

 

너는 체취만으로

 

나를 물들였다

 

 

 

/나선미, 찰나의 무채색

 

-

 

 

 

 

 

 

 

 “교수님, 홍지수입니다.”

 

 

 

 상담 요청을 한 홍지수 학생의 목소리에 보던 책을 내려놓는 정한. 들어와요. 그의 목소리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연구실 한 켠에 마련된 차 테이블 쪽을 가르키는 정한. 아 네. 착석을 하는 홍지수 학생과,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정한이다.

 

 

 

 “차 마셔요?”

 

 “아 네 주시면…”

 

 

 

 정한은 새 것으로 보이는 통 하나를 뜯는다.

 

 

 

 “봄에는 매화꽃차가 향이 좋아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찻잔을 건네는 정한. 가볍게 고개를 숙여 받는 홍지수 학생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상담하고 싶은건가요. 본론을 묻는 정한에 차를 한 모금 하다 급히 내려 놓는 학생. 차분히 제 이야기를 꺼내본다.

 

 

 

 조용히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정한.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를 왜 하나 싶었다. 분명 은하 천문 전공인데 꿈 이야기를 대뜸 하는 홍지수 학생. 그러나 정한은 이내 학생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꾼 꿈이 있었다고 한다. 캄캄한 수풀 속에서 보이는 화려한 유성우. 그렇게 무서운 꿈도, 힘든 꿈도 아니지만 자꾸 꾸게 되어 신경이 쓰여 병원, 상담소, 무당 안 찾아가 본 곳이 없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뜻이 있는 것도 아니란 결론. 그래서 유성우 현상을 찾아보고 싶었다. 꿀 때마다 기록을 하고, 대학을 와서 본격적으로 천문을 전공하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유성우 관련 자료는 모두 뒤져 봤으나 제가 꿈에서 본 현상과 다 달랐다고 한다.

 

 

 

 학생의 이야기에 흥미로워진 정한. 천문학과 꿈은 관련성이 없는건 알지만, 정한이라면 알 거 같아서 찾아왔다고 한다.

 

 

 

 “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교수님 한국에서 유성 관측 논문 가장 많이 내신걸로 아는데…아닌가요?”

 

 

 

 아직 저에 대해서 학생들에 많이 안알려준걸로 아는데, 뭔가 다 알고 온듯한 학생의 얼굴. 정한은 홍지수 학생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진짜 뭐 다 알고 온거 맞네.

 

 

 

 “맞아요. 제가 한국에서 유성 제일 잘 알아요.”

 

 

 

 정한은 홍지수 학생이 보여주는 노트를 천천히 넘겨 본다. 꿈에서 본 현상을 그림으로 기록 해둔 듯 하다. 북극성과 달 외에는 알 수 없는 위치의 별들이다.

 

 

 

 “지금도 계속 그 꿈 꿔요?”

 

 

 

 정한의 물음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 오히려 점점 더 선명해지고, 길어진다고 한다.

 

 

 

 “계속 기록해서 보여줄래요? 그리고 이거 한 번 보고 갔다줘요.”

 

 

 

 두꺼운 사진집 하나를 주는 정한. 이때까지 제가 본 유성우를 기록 해둔 것이다. 사실 더 있지만,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현실적으로 근 20년 간의 것들만 기록해뒀다.

 

 

 

 “언제까지 돌려드리면 되나요?”

 

 “편하게 보고 줘요. 너무 오래 보진 말고.”

 

 

 

 

 

 

 

 

 

 ‘우와…’

 

 

 

 인간이 표현 할 수 없는 자색(紫色)의 황혼이 짙게 내려지고, 하늘과 맞춘듯 옅은 자색(紫色)의 전복을 입은 아이가 홀린듯 하늘을 쳐다보며 걷기 시작했다. 아이는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인적이 드문 숲으로 들어간다. 그런 아이의 눈동자 속에는 황혼 속 엄청나게 떨어지는 유성우들이 담긴다. 어쩌면 들어가는 해 님 보다 밝게 떨어지는 유성우는 아이를 매혹 시키기에 조금의 손색도 없었다.

 

 

 

 ‘어머니!!!!! 꺄아악!!!!!’

 

 

 

 그리고 얼마안가 울창한 林(수풀 림)에서 울려퍼지는 어린아이의 비명소리. 하늘에 시선을 팔린 아이의 소리다.

 

 

 

 결국, 길을 잃은 채 어둠이 짙게 깔린 숲에 갇혀 버렸다. 아직 만난 짐승은 없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제 몸 보다 큰 덩치의 짐승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아마 도깨비도 만나겠지. 말을 안듣고, 참하게 하지 않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도깨비. 아이는 수 없이 그 얘기들을 들어왔다. 그 도깨비는 가까운 숲에 살고 있으며, 밤마다 나타나 아이들을 지켜보고 간다고 한다.

 

 

 

 ‘안무섭다…안무섭다…안무섭다…저는요…울지도 않고요…아버지 어머니 말씀도 잘 듣고요…그리고….그리고…’

 

 

 

 결국 터져버린 울음소리. 그러다가 알 수없는 희미한 불빛을 발견하다. 분명 사람일것이다. 그렇게 믿고 또 다시 걷는 아이.

 

 

 

 

 

 

 

 

 

 “삼촌! 삼촌! 삼촌!!!”

 

 

 

 한솔의 목소리이다. 현실인것일까. 힘겹게 눈을 떠보니 한솔로 보이는 사람의 형체. 삼촌 어제 술 마셨어? 현실이다. 한솔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힘겹게 일어난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 아침 한솔이 찾아왔다. 아마 출근을 안했나 보다.

 

 

 

 “아빠가 부탁한 거 전해줄 겸, 아침 얻어먹고 가려고 했어. 오후 근데 집안이 이게 뭐야. 난 무슨 습식 사우나 온 줄.”

 

 

 

 이미 켜 놓은 공기 청정기가 몇 대가 있음에도 불과하고 어디선가 또 가져와 가동을 시키는 한솔. 그래도 집안은 하얀 구름이 가득하다.

 

 

 

  “무슨 일 있어? 아니면 갑자기 신선 놀음이야?”

 

  “새논문 생각했어.”

 

  “아닌데? 뭔 일 있는데?”

 

 

 

 뭔 일은 무슨. 자신이 만든 구름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주방으로 가는 정한. 그 뒤에서 계속 말을 거는 한솔. 그런 그가 귀찮은지 냉장고 안에 있던 사과를 그의 입에 물려준다.

 

 

 

 “아 알겠다. 삼촌 요즘 이거 해?”

 

 

 

 제 왼 새끼 손가락을 흔들며 보이는 한솔. 그러나 끝까지 답을 안알려주는 정한. 그런 그가 익숙한듯 포기를 하고 밥을 먹는 한솔이다.

 

 

 

 “아무쪼록 잘 되기를 바래~”

 

 

 

 뭐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건지. 한솔이 가고, 본격적인 출근 준비를 하는 정한. 아까부터 계속 두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두통약을 하나 꺼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방 찬장을 여는 정한.

 

 

 

 ‘도깨비?!’

 

 

 

 갑자기 들려오는 정체 모를 목소리. 대화도 들려오지만, 정확히 내용을 알 수 없다. 겨우겨우 정신을 붙잡고 출근을 해보는 정한.

 

 

 

 

 

 “그럼 이상. 아 이번 과제 제출은 2주 후니,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하세요.”

 

 

 

 다행히도 괜찮아진 상태에 마지막 수업까지 끝마쳤다. 강의실을 나가려는데 앞으로 달려 나오는 학생. 홍지수 학생이다.

 

 

 

 “교수님 잠깐 시간 보내세요?"

 

 

 

 학생의 물음에 손목시계를 보는 정한. 조금 있으면 회의가 하나 있다. 지금 연구실 가서 물 한 잔 마시고, 가도 조금 부족할 것이라 예상한다. 다시 홍지수 학생의 얼굴을 보는 정한. 손에는 어제 준 사진집이 있다. 벌써 다 본 건가.

 

 

 

  “그걸 벌써 다 봤을 건 아닐테고. 급한 질문 아니면 다음에 들어도 될까요? 회의가 있어서.”

 

 

 

 아. 정한의 말에 곤란한 듯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는 학생. 그러다 빠르게 사진집을 펼쳐 든다. 그리고 사진 하나를 꺼내드는 학생. 이 숲, 어딘지 알려주세요. 홍지수 학생의 질문과 보여주는 사진에 깜짝 놀라는 정한.

 

 

 

 “이 사진 어디서 구했어요?”

 

 “여기 이 페이지에 있었어요. 교수님 꺼 아니에요?”

 

 

 

 맞다. 정한의 사진이다. 그리고, 사진 속 숲은 정한 이외에는 갈 수 없는 숲이다. 인간들의 출입이 금지된 뿐더러, 여러모로 위험해 한국 정부에서도 탐사가 여러 번 중지된 곳이다. 일 편에서는 저주의 숲, 도깨비의 숲이라 하여 무당들도 많이 오갔다. 그러나, 그들도 무사히 돌아가지 못했다. 이처럼 사진 속의 숲은 윤정하의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숲, 어제 꿈에 나왔어요. 가보고 싶어요. 알려주세요.”

 

 

 

 잘못 들은 건가. 정한은 학생의 눈을 보았다. 진심이다. “저도 잘 모릅니다. 받은거라. 아 시간이 없어서, 사진집 덜 본거 같으니 천천히 보고 돌려줘요.”

 

 

 

 더 이상은 안될거 같아 급히 자리를 피하는 정한.

 

 급하게 강의실을 나간 정한의 뒷모습을 한참을 주시하는 홍지수 학생. 뭔가 아는데.

 

 

 

 

 

 정한은 회의시간 내내 집중을 못했다. 그게 왜 거기에 있었으며, 그리고 홍지수 학생의 꿈에 왜 저 숲이 나왔을까. 분명 저 숲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도 안나오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저 학생의 꿈에 왜 저 숲이 나온것인지. 이것이 제일 신경 쓰이는 정한.

 

 

 

 “윤정한 교수님!”

 

 

 

 깜짝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연구실로 돌아오는 정한을 부르는 목소리. 홍지수 학생이다. 뭐야? 이때까지 기다린거야? 눈이 동그래져 학생을 쳐다보는 정한.

 

 

 

 “이제 시간 많으시죠?”

 

 

 

 아마 많을 것이다. 회의도 끝났고, 오늘 처리 해야 할 학교 일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근데 회의가 1시간 넘게 진행이 되었는데 이 학생은 여기서 계속 기다렸다는 건가. 일단은 연구실로 불러 들이는 정한.

 

 

 

 “이때까지 여기서 있었어요?”

 

 “네!”

 

 

 

 뭐 저렇게 해맑은거야. 보통은 10분 이상이면 가지 않나. 두 번째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저번에 앉은 자리를 찾아 앉는 홍지수 학생. 정한은 일단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교수님 그 숲 아시죠?”

 

 

 

 차를 준비하는 정한에게 묻는 학생. 안다. 그것도 아주 잘. 정한은 차를 준비하다 말고, 고민에 빠진다.

 

 

 

 “매화꽃차. 괜찮았죠?”

 

 “네 완전요. 그래서 어디에요?”

 

 

 

 얘는 내가 알고 있다는걸 어떻게 확신하는걸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학생의 얼굴을 보는 정한.

 

 

 

 “이 숲을 봤다고요? 꿈에서?”

 

 “네. 어제 꿈이 이때까지 꾼 꿈 중 제일 선명했고, 뭐랄까 아무튼 이 사진이랑 제가 꿈에서 본 숲이랑 똑같은 거 같아요.”

 

 “어떤 꿈이었는데요?"

 

 

 

 정한의 물음에 생각을 해보는 학생. 이내 곧 떠올랐는지 방금 꾼 꿈처럼 자세하게 말한다.

 

 

 

 황혼의 시간대에 유성우가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은 무언가 홀린 듯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길을 잃었다는 걸 인지했을 땐, 짙은 어둠과 깊은 숲 속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실제로 울며 잠에서 깨어났다는 홍지수 학생.

 

 

 

 그의 이야기를 듣더니 갑자기 떠오르는 어젯밤 자신의 꿈.

 

 

 

 “무서웠나요?”

 

 “네 좀? 그래서 안무섭다 안무섭다. 혼자서 막 중얼거리고 했어요.”

 

 “그리고? 끝이에요?”

 

 “아니요. 막 계속 뭐라고 했어요. 뭐라고 했더라…저는…”

 

 

 

 “울지도 않고요.”

 

 둘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거 뭐야. 둘 모두 당황하여 서로를 쳐다본다. 아마 같은 꿈을 꾼 것일것이다. 100%는 아니더라도 같은 말을 내뱉는걸 보아하니 무언가 서로 같은 것을 보았다.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얘 뭐야. 나무가 보여주지 않는 홍지수 학생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같은 꿈까지. 뭔가 있다고 생각은 했다. 제가 나무와 소통을 할 때, 삼신할머니가 나타난 적은 없다. 하지만, 홍지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삼신할머니가 필사적으로 막았다.

 

 

 

 “혹시… 교수님도 꿈에서 도깨비불같은 거 보셨어요? 푸른 불꽃이던데.”

 

 

 

 침묵을 깨는 학생의 질문. 도깨비 불. 만약, 정한이 꾼 꿈과 저 학생이 꾼 꿈이 같다면 그 도깨비불은 자신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물음에 일단 침묵을 하기로 하는 정한.

 

 

 

 “너.”

 

 “네?”

 

 “정체가 뭐야?”

 

 “저요? 홍지수 인데요?”

 

 

 

 이름을 물었던가. 정체를 묻는 정한에 다짜고짜 제 이름을 말하는 학생.

 

 

 

 “아시죠? 그 숲.”

 

 

 

 대체 왜 그 숲을 가려고 하는 것일까. 아무리 꿈에서 나와서 실제로 보고 싶다고 하여도 그 숲은 인간이 출입할 수 없는 숲이다. 도깨비가 살거나 살았던 숲은 인간은 물론 귀신들도 출입이 어렵다.

 

 

 

 “도깨비 숲이에요. 못 들어가요.”

 

 

 

 아, 그렇구나. 정한의 대답에 생각 외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지수.

 

 

 

 “교수님은 도깨비 믿어요?”

 

 

 

 컥. 지수의 물음에 차를 마시던 정한이 사레가 들렸다. 자신이 도깨비인데 이 무슨 황당한 물음인가.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현상들이 종종 일어나긴 하죠. 알 수 없는 대답을 하며 살짝 웃는 정한에 갸우뚱 물음표가 생기는 지수.

 

 

 

 "기적이요?"

 

 

 

 그렇다. 인간들은 보통 믿을 수 없는 현상을 기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기적을 바라고 많은 신들에게 간절히 빌기도 한다.

 

 

 

 

 

 오늘도 인간이 왔구나. 도깨비의 출입이 잦아 든 것이 소문이 난건가. 정한이 갈 때 마다 인간도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짐승들이 하는 이야기에 머리를 긁적이는 정한. 도깨비의 구역에 자꾸 인간이 오면 안되는데. 한 나무 위로 올라 가더니 곧 숲 속에 강풍을 휘몰아치게 하는 정한. 이내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막 들려온다.

 

 

 

 힘겹게 숲을 나가는 인간을 보는 정한. 당신은 나 없었으면 시체로 나갔을거야. 아 찾을 수 있으려나. 인간의 생사에 관여를 안하는 정한. 그러나 제 구역에 온다면 제가 관여를 하기도 전에 짐승들에 의하여 결정이 난다.

 

 

 

 “이게…뭐야…?”

 

 

 

 나무와 소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보인 미래. 동물들을 통하여 가끔 미래가 보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제가 본 미래에 이렇게 당황한적은 처음인 정한.

 

 지수가 이 숲에 온다. 그리고 꿈에서 본 풍경과 같다며 감탄을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안보여지는 미래. 정한은 적지않게 당황을 한다. 혼자서 들어온거 같은데. 그런데 무사한듯한 지수의 상태.

 

 

 

 아 그런 거였어. 나무에 손을 데려다 헛웃음을 짓는 정한. 나무에 기대앉는다.

 

 인간에게 정해진 제 짝이 있듯, 도깨비에게도 정해진 제 짝이 있다. 영원한 삶에서 도깨비는 단 한 명의 첫사랑을 만난다. 이것은 신이 점지해 주는 것으로 도깨비 제 스스로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제 첫사랑을 알아보고, 함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면 도깨비는 영원한 삶을 끝내게 된다.

 

 

 

 800년이 넘게 이어진 삶, 변함없는 하늘을 보며 살던 삶이 이제는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주도 축복도 아닌 것이, 숲에서 인간의 곁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도깨비의 앞에 어느 소년이 나타났다. 도깨비는 제 삶에 갑자기 나타난 소년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조심히 다가가기도 전에 깨달았다. 제 첫사랑임을.

 

 많은 생각이 드는 정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아져 있는 밤하늘을 쳐다본다. 달을 중심으로 목성과 토성이 밝게 보인다.

 

 

 

 

 

 

 

-

 

어쩌자고 난 널 알아봤을까

 

또 어쩌자고 난 너에게 다가갔을까

 

 

 

떠날 수도 없는 이젠

 

너를 뒤에 두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네 모습 뿐인 것을

 

 

 

| 서영은, 너는 나의 봄이다

 

-

 

 

 

 

 

 

 

 “홍지수 학생? 저 좀 보죠.”

 

 

 

 복도에 있는 지수를 부르는 정한. 다음 수업이 있을테니 간단히 하겠다며 종이 한 장을 건넨다.

 

 여름방학 봉사 계획서. 고등학생들 상대로 천문 강의를 하는 봉사. 이걸 왜? 취업하는 애들 위주 아닌가?. 받아든 종이를 보곤 정한을 쳐다보는 지수.

 

 

 

 “생각 있으면 말해요. 가능하면 했으면 좋겠고.”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는 지수. 고등학생 10명 정도를 상대로 정한이 3일 동안 천문 특별 강의를 진행한다. 여기서 그를 도와줄 2명의 학생이 있어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좋은 스펙이 되겠지만, 지수는 현재 대학원을 생각 중이기 때문에 딱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지수 학생 자교 대학원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도움 될거에요.”

 

 

 

 자교 대학원을 생각 안한것은 아니다. 근데 봉사 관련은 상관 없지 않나? 내일까지 생각해서 알려달라는 정한에 조금 당황한다. 약간 강요 아닌 강요인가.

 

 

 

 “이거 하면 맛있는거 사주세요.”

 

 

 

 그냥은 못하지. 지수의 말에 그러겠다고 하는 정한. 뭐야 상담을 자주 하여도 지수는 정한을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나 갑자기 제 요구를 한 번에 들어주는 정한에 놀란다.

 

 

 

 “하는 거죠? 그렇게 알고, 이름 올리겠습니다.”

 

 

 

 그러곤 제 갈 길을 가는 정한.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게 맞나 싶어 머리를 긁적이는 지수이다. 

 

 

 

 

 

 

 

 뭐야 나 혼자야? 결국 정한의 제안을 수락한 지수. 기말고사가 끝나고, 제 연구실 앞으로 모이라는 정한의 연락을 받고 왔는데 혼자다. 분명 2명이라고 들었는데 왜 혼자지? 일단 정한을 기다려보기로 한 지수. 그리고 몇 분후, 정한이 나타났다.

 

 

 

 “오래 기다렸어요? 들어와요.”

 

 “아니요. 근데 저 혼자에요?”

 

 “아. 네 그렇게 됐어요.”

 

 

 

 그렇게 됐다니. 그럼 혼자서 그를 다 도와야 한다는 건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정한의 지갑을 제대로 털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수이다.

 

 

 

 간단히 수업 일정을 듣고, 내용과 해야 할 일을 듣는 지수. 뭐지 나 이 교수님 랩 실로 납치될 각 인가. 그의 논문과 연구 내용을 보고 제가 그동안 궁금해했던 것을 알 수 있을 거 같아 먼저 정한을 찾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 졸업 논문으로 어느 교수님 랩 실로 갈지, 아니 자교 대학원을 갈지 말지 그 어느 것 하나 정해놓은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뭔가 정한의 랩 실로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지수. 이 교수님 초임이라 지도 대학원생 없으신 걸로 아는데.

 

 

 

 “그리고 홍지수 학생 말인데.”

 

  “네?”

 

  “2학기에 출석 조교 해볼 생각 없어요?”

 

 

 

 납치다. 이건 완전한 납치다. 지수는 정한이 묻는 말에 빠르게 눈동자를 굴린다. 어떡하지. 깊게 생각하지말고, 이 교수님 랩실로 가버릴까. 짧은 시간 엄청나게 고민을 하는 지수.

 

 

 

 “음…네?”

 

 “장학금 나오니까 해보는 게 어때요?”

 

 

 

 장학금이 문제가 아닌데? 졸업 막 학기에 특정 교수님 조교로 간다는 것은, 그 교수의 랩 실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머리를 긁적이는 지수. 하긴 이 교수님 초임 교수 치고는 논문도 많고, 제가 알고 싶은 것을 잘 알려주시는 느낌이니까 괜찮을 거 같다. 그의 출석 조교를 지원하기로 한 지수.

 

 

 

 말려든 건가. 여름방학이 되고, 고등학생들과의 특별강의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강의 준비로 며칠 만나고, 매번 식사도 얻어먹었다. 학생을 제 랩 실로 데리고 가려는 교수님 치고는 너무 잘해주는 느낌이 드는 지수. 뭐지? 그리고 나 왜 교수님 연락 기다리는 거 같지?

 

 

 

 

 

 “안먹어요?”

 

 

 

 밤에 강의를 하기 때문에, 먼저 만나서 저녁을 먹고 간다. 오늘도 약속된 장소에서 정한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온 지수.

 

 잠시 생각에 빠진다는게 깊게 빠져버렸다. 다시 수저를 드는 지수.

 

 

 

 “저번에 말한 꿈 말인데요.”

 

 아 꿈. 정한의 말에 생각났다. 정한과 처음 봤을 때부터 이야기했던 꿈은 최근에는 안 꾼다. 실제로 보고 싶지만, 그 숲이 도깨비 숲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제 호기심으로 목숨을 버리기에는 아직 앞날이 창창한 20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꿈을 정한도 같이 꿨다고 하니 알 수 없는 의문점만 남겨둔 상태.

 

 

 

 “가볼래요? 그 숲.”

 

 

 

 내가 잘못 들었나. 되묻는 지수에 다시 답해주는 정한. 꿈에서 본 숲, 실제로 보고 싶다면서요. 보러 가요. 정한의 말에 당황한 지수. 이 교수님이 뭔가를 알고 있는 건 알았고, 도깨비 숲이라고 알려준 뒤에는 자신도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갑자기 이제 와서 가보자는 정한. 자기가 위험하다고 해놓고, 가보자니. 같이 죽자는 건가.

 

 

 

 “도깨비 숲이라면서요.”

 

 “네 도깨비 숲. 궁금하지 않아요? 도깨비 숲에서 보는 밤 하늘.”

 

 

 

 미친 건가. 죽고 싶은 건가. 교수님이라 실제로 물어보지는 못하겠고. 어떠한 대답도 못하겠는 지수.

 

 

 

  “안미쳤어요. 사실, 거기 저희 집안 선산(先山)이라 저는 가본적이 꽤 있거든요.”

 

 

 

 제 마음 속 소리가 들린 것인가. 정한이 하는 말에 흠짓- 놀라는 지수. 당장 이번주 주말에 가잔다. 집안 선산이 도깨비 숲이라. 지수는 일단 수락을 한다.

 

 

 

 “아 거기 벌레 많으니까 긴 옷 입고 와요.”

 

 

 

 수업을 마치고 지수를 데려다 준 정한. 마지막 당부 하나만 남긴채 가버렸다. 교수님 집안 선산에 내가 가도 되는거 맞아? 지수는 수락을 했지만, 뭔가 모를 찝찝함만 생겨버렸다.

 

 

 

 

 

 그렇게 약속한 주말. 정한이 지수의 집 앞까지 왔다. 단단히 준비한듯한 지수에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정한.

 

 

 

 “근데 교수님.”

 

 “네.”

 

 “이런거 물어도 되려나 모르겠는데요.”

 

 “물어봐요.”

 

 “몇 살 이세요?”

 

 

 

 지수의 물음에 조금 당황한듯한 정한. 실제 나이를 제대로 세보진 않았지만 800세 이상, 매번 신분 세탁을 하느라 이번에는 한 27세였나. 살짝 웃는 정한에 갸우뚱하는 지수.

 

 

 

 “내가 좀 교수 임용이 빠른 편이죠.”

 

 “그렇죠. 뉴스에 안 나온 게 신기할 정도로요.”

 

 “그래서 몇 살이세요?”

 

 “몇 살로 보여요?”

 

 

 

 많아봤자 30대 초반 같아 보이는데. 지수는 운전을 하는 정한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굴에 구멍 뚫려요. 정한의 말에 시선을 떼는 지수.

 

 

 

 “지수 학생이랑 비슷하긴 해요.”

 

 “스물 다섯?!!!”

 

 “그렇게 젊어 보였어요? 고마운데?”

 

 

 

 놀라는 지수에 재밌는지 웃는 정한. 스물 일곱 이에요. 정한의 말에 눈이 동그래지는 지수.

 

 

 

 “예?! 헐…놀라면 안되는데. 죄송해요.”

 

 “놀라도 돼요.”

 

 

 

 그래도 엄청 젊다. 대체 내 나이 때 뭐를 한거지.

 

 

 

 “사람…맞으시죠?”

 

 

 

 지수의 물음에 잠깐 정색을 하더니 픽- 하고 웃는 정한. 그러나 지수는 진심으로 묻는 듯 하다. 하긴, 젊은 나이에 천문학 교수 임용이 되고, 저와 같은 꿈을 자주 꾸며, 도깨비 숲에도 자주 갔다는 사람. 이 모든게 한 사람이 다 했다는게 믿기지 않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도착한 숲의 입구. 근처에는 작은 산림 휴양지가 있다. 정한이 내리는걸 보고 따라 내리는 지수. 아직 해가 떠 있음에도 불과하고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다. 주변을 둘러보다 앞장 저는 정한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본다.

 

 

 

 “여름이라 벌레가 진짜 많아요. 조심해요.”

 

 

 

 지수가 숲으로 들어오고, 짐승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한은 이걸 어떻게 조용히 시키나 싶다.

 

 

 

 “생각보다 별거 없어요. 길이 없어서 그렇지.”

 

 

 

 별거 없다고 하기에는 방금 지나간 고라니부터 여기 저리 엉킨 청가시덩굴까지, 도깨비 숲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수이다.

 

 

 

 “인간이다! 도깨비가 인간을 데리고 왔어!”

 

 “도깨비가 인간을 데리고 왔대!”

 

 “인간이다!!! 도깨비다!!!”

 

 

 

 황혼의 시간이 다가오고, 해가 지려 들자 짐승들의 소리는 더 커진다. 고라니부터 여우, 삵 그리고 희미하게 돌려오는 늑대 소리. 인간 지수에게는 그저 짐승들의 울음소리겠지만, 정한은 그들의 말을 다 알아듣기 때문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시끄럽죠? 사람들 손이 안 닿아서 온갖 동물들이 다 있어요.”

 

 

 

 집안 선산(先山)이 맞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 무덤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 지수.

 

 

 

 “다 왔어요.”

 

 

 

 1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정한이 무성한 잎사귀들을 막 치우더니 나무. 딱 봐도 오래된 나무같다. 그리고 온 길과는 다르게 이쪽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듯한 느낌이다.

 

 

 

 “이 나무 올라가봐도 돼요?”

 

 

 

 뭔가 이 나무 익숙하다. 꿈에서 본 나무는 아니지만 올라가보고 싶은 지수. 그런 지수에게 쉽게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한.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뿌리도 보이고, 나뭇가지도 웬만한 소나무 굵기 만하다.

 

 

 

 “여기 있어요. 잠깐만 저쪽에 다녀올게요.”

 

 

 

 정한의 말에 끄덕이는 지수.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보라색의 황혼. 꿈에서 본 황혼과 비슷하다. 이런 느낌이었나. 어찌되었든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는 지수.

 

 

 

 

 

 한편, 정한은 오던 길을 되돌아가려는지 지수를 뒤로 한 채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지수가 제 눈에 안 보이는 반경에 들어서자 푸른 불꽃을 보이며 사라지는 정한.

 

 

 

 “도깨비 구역에 저승사자가 들어왔겠다?”

 

 

 

 오던 길에 제가 본 검은 형체가 의심스러워서 다시 와봤다. 역시, 생각하던 형체이다. 저승사자. 죽은 인간의 망자를 신께 인도하는 자들. 그러나 도깨비의 구역에는 함부로 출입을 못한다.

 

 

 

 “나는 아닐 테고, 이 근처 망자가 될 인간이…”

 

 

 

 순간 떠오르는 이름 홍지수. 제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이 근처에 인간은 지수뿐이다. 저승사자를 한 번 째려 보고는 급하게 지수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는 정한.

 

 

 

 “으아악!!!”

 

 

 

 조절을 못했다. 근처에서 뛰어가본다는 것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지수 쪽으로 와버렸다. 떨어지는 지수를 받아 안는 정한.

 

 

 

 “괜찮아?”

 

 “교…교…교수님?! 와…하…”

 

 

 

 많이 놀랐는지 숨을 헐떡이는 지수. 그런 지수를 땅에 살며시 앉혀준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그냥 하늘을 구경을 하다 몰려온 박쥐 떼에 놀랐다는 지수. 그리 높은 높이는 아니었지만, 잘못하면 돌이나 나무뿌리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한 번 혼을 내야 하나. 숲 주변을 째려보며 짐승들에게 경고를 주는 듯한 정한.

 

 

 

 “차에 갈래요?”

 

 “어…아니요…어?!! 교수님!!!”

 

 

 

 진정이 된 지수에게 물을 건네는 정한. 그러다 지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 하나를 발견한다. 오늘은 100년여 만에 한여름 밤의 유성우 쇼를 볼 수 있는 날이다. 지수가 가리키는 쪽을 올려다보는 정한.

 

 

 

 “꿈에서 본 현상과 같길 바라요."

 

 

 

 하늘을 올려다보는 지수. 그의 눈동자에 별이 한가득 채워져 있다. 맞구나. 그런 지수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정한. 내 영원히 끝이 너구나.

 

 

 

 “교수님.”

 

 “어?”

 

 “저를 보지 마시고, 저 하늘을 보세요. 교수님도 꿈에서 보셨을 거 아니에요.”

 

 

 

 정한은 이미 약 300년 전 본 풍경. 그리고 지수도 봤을 풍경. 정한은 이 순간을 위해 자신이 이때까지 살아온 것일까라고 생각해 본다.

 

 

 

 “어? 여름인데?”

 

 

 

 유성우를 구경하던 지수의 입가에 떨어진 매화꽃잎. 정한이다. 기분이 좋으면 조절을 못하고 계절 가릴 거 없이 꽃을 피워대는 정한.

 

 

 

 지금 말해야겠다. 이 유성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말을 해야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곤, 다시 지수를 쳐다보는 정한.

 

 

 

 “유성이 떨어지니까 하는 말인데, 네가 내 옆에 있어서 하는 말인데, 내가 여기서 어여쁜 네게 입 맞춰도 될까?”

 

 

 

 정한의 말에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진 지수의 눈. 그런 지수의 눈을 그윽하게 쳐다보는 정한.

 

 

 

 한여름 밤의 유성우 쇼는 끝나가고, 숲에는 부엉이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지수의 입술에 다가가는 정한의 입술. 둘의 입술이 맞닿았을 때, 한 여름에 매화 꽃잎이 흐드러지게 날린다. 하늘에서는 유성들이 떨어지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윤정한의 숲, 오직 도깨비의 숲에서만 만들어지는 풍경. 살짝 눈을 뜬 지수는 현실임에도 불과하고 꿈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

 

우리가 했던 것들이

 

다 먼지로 돌아간다 해도,

 

또 태양이 우리가 살았던

 

이 지구를 삼켜 버린다 해도

 

널 사랑해.

 

 

 

/영화, 안녕 헤이즐 中

 

-

 

 

 

 

 

 

 

 신은 인간들에게 수많은 질문과 기회를 준다. 답을 찾고, 기회를 잡을것인지 안잡을것인지는 인간이 몫이다. 이러한 것에 따라 인간의 미래가 정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인간의 의지라는 변수가 개입이 된다면 신도 인간의 미래를 못정해준다.

 

 

 

 “네. 지금 다 왔어요. 횡단보도 앞이에요.”

 

 -밥은? 먹었어?

 

 “교수님이랑 먹으려고 안 먹고 왔죠. 뭐 드실래요?”

 

 -고기 어때? 빨리 끝내고 저기 맛있는 곳 아는데 거기 가자.

 

 “네. 어? 얘!!!”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지수의 옆으로 빠르게 어린아이가 뛰어간다. 어? 아직 빨간불인데. 통화를 하다 말고 뛰어가는 아이를 부르는 지수. 굴러 간 공을 쫓아 위험한 대로변으로 나가버린 아이. 다행히 지나다니는 차는 별로 없다.

 

 

 

 -무슨 일이야?

 

 “교수님 잠시만요. 얘!!! 위험해!!!”

 

 

 

 지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공만 따라가는 아이. 지수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한다. 지금이야 차가 없다지만 언제 어디서 차가 달려올지 모르는 대로변. 어떻게 하지. 지수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가고, 저 멀리 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지수가 어쩔 줄 모르는 사이, 차는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아이는 어떻게 된 일인지 공을 줍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빵빵빵. 자동차 운전자가 횡단보도의 아이를 발견했는지 요란하게 클랙슨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을 움직이지 않는 아이.

 

 

 

 그 순간, 지수가 제 소지품을 바닥에 다 내팽개치고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

 

 

 

 

 

 “지수야! 홍지수! 지수야!”

 

 

 

 불안한 예감은 늘 틀리지 않았다. 무성한 초록 잎이 하나 둘 빨강, 노랑 색 새끼 물들여지는 초가을의 날이었다. 지수의 졸업 논문을 점검할 겸, 이 핑계로 데이트를 하려고 했다. 어디까지 왔나 싶어 전화를 한 정한은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다급한 지수의 목소리와 거친 클랙슨 소리에 제가 들고 있던 찻잔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지는 찻잔. 정한은 급히 옷을 챙겨 지수가 건너야 할 횡단보도 쪽으로 가본다.

 

 

 

 “환자분! 환자분! 제세동기! 가져와요!”

 

 

 

 현장에는 이미 구급차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아직 죽은 것은 아닌 걸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정한의 얼굴에 사색이 깃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 제가 미친 것이 아니라면 제 눈에 보이는 저 새까만 차림의 형체는 저승사자이다.

 

 

 

  “우리 구면인가.”

 

 

 

 도깨비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심지어 먼저 말을 거는걸 보아하니 구면의 저승사자이다. 아 그자인가. 지난번 처음으로 지수를 데리고 제 숲을 가던 날 마주친 저승사자. 그땐, 도깨비가 있어 사고가 일어나기도 전에 물러 났었다.

 

 

 

 “인간의 생사에 관여를 할 셈인가.”

 

 

 

 인간의 생사에 관여를 하지 않는 정한. 그리고 여긴 보는 눈이 많다. 죽어가는 지수를 보며 어쩔 줄 모르는 정한. 그런 거였군. 그런 정한을 보더니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의 저승사자.

 

 

 

 “도깨비의 첫사랑이군.”

 

 

 

 그런 정한을 뒤로한채 망자가 된 지수를 데리러 가는 저승사자.

 

 

 

 “을해(乙亥)년 무자(戊子)월 을미(乙未)일 출생, 22세 홍지수. 본인 맞으시죠?”

 

 

 

 저승사자의 물음에 끄덕이는 지수. 이렇게 죽는거구나. 조금은 허무한 표정이다. 죽음 앞에 순서는 없다. 그게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인간에게 준비 된 죽음은 없다. 지수 또한 준비 없이 맞이한 죽음이다.

 

 졸업 논문 심사도 못내보고 죽는구나. 지수의 눈 앞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

 

 

 

 

 

 “교수님?”

 

 

 

 저승사자를 따라 검은 승용차에 타려던 지수의 눈앞에 보인 정한.

 

 

 

 “잠깐만. 잠깐만, 시간을 줄 수 있겠나?”

 

 “타서 얘기들 나누시게.”

 

 

 

 정한과 지수, 모두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말 없이 서로를 마주보는 둘.

 

 

 

 “진짜…도깨비였네…”

 

 

 

 정한이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했다. 저를 데리고 그 유명한 도깨비 숲을 들어가고, 함께 있다보면 기이한 현상을 경험 할 때도 있었다. 정한이 스스로 제 정체를 이야기 해줄 때까지 기다린 지수. 그런데 죽어서 그 정체를 알게 되다니, 조금은 허망한 웃음을 짓는 지수이다.

 

 

 

 “미안해.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지수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는 정한. 그런 정한의 머리를 쓰담아 주는 지수.

 

 

 

 “괜찮아…괜찮아요.”

 

 

 

 지수의 손으로 정한의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시간이 없어요. 나 봐요.”

 

 

 

 지수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드는 정한.

 

 

 

 “나 윤정한씨 첫사랑이야?”

 

 지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정한. 그런 그에 지수는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도깨비 윤정한, 그의 첫사랑 인간 홍지수. 이야기 나눠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시간이 없다.

 

 

 

 “나 한테 할 말…없어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정한의 얼굴을 만지는 지수. 할 말이 있다. 당연히 있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입이 떼어지지가 않는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입을 열려고 하면 짠맛이 느껴진다.

 

 

 

 “바보…윤정한씨는 도깨비니까 천년만년 여기 있을거죠? 약속해요…금방올게. 우리 꼭 다시 만나요. 그땐 내가 먼저 찾아 갈게요…”

 

 “금방…와야해…천년만년 있을테니까…”

 

 

 

 지수와 정한 모두 제 울음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너무 울지만 말고...친구들이랑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또…나 말고 딴 놈이랑 유성우 보러 다니지 말고요.”

 

 “응 그럴게…꼭 다시 와야해. 와서 또 같이 보러 다니자…”

 

 

 

 이제 가야 할 시간, 차에서 내리는 정한과 그를 보는 지수. 이내 차가 떠나고 그 자리에 주저 앉는 정한.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울기 시작했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첫사랑을 떠나보낸 도깨비는 너무 슬픈 나머지 한동안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숲에서 살며 제 첫사랑을 기다리기를 100년.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숲. 동식물 가릴 거 없이 정한에게 뭔가를 알려준다. 그들이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가보는 정한.

 

 

 

 “안 무서워. 안 무서워. 안 무서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와 목소리. 황혼으로 인해 목소리의 형체는 빛에 가려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날려오는 매화 꽃잎.

 

 

 

 “찾았다.”

 

 

 

 눈 앞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

 

 

 

 “당신. 나 알죠?”